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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영원 옮김 / 새움 / 2023년 4월
평점 :

에드거 앨런 포의 1845년작 단편소설. 원제는 'The Black Cat'이다.
가장 먼저 읽은 추리소설이 검은 고양이로 기억됩니다. 끔찍한 실수로 아내를 죽이고 벽 안에 묻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주인공 그리고 자신이 애지중지한 고양이를 함께 가둬 버리는 잔인하지만 유명한 스토리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시인, 소설가로 한국에서는 추리소설의 시초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 그도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사후에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그의 글을 우연히 보고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전집을 출판하여 유명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포의 재발견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다른 유럽으로 퍼지며 미국이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를 다시 보게 되면서 미국에서도 유명해진 작가입니다.
포는 특히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에 관심이 많았고 검은고양이나 어셔가의 붕괴 같은 그의 대표작들은 바로 인간은 어두운 본성을 다룬 공포, 호러 영역에서 탄생된 작품입니다. 특유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인간 내부 깊숙한 곳에 자리한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인 심리를 꿰뚫어 보는 그의 필력이 포의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시체의 머리 위에 늘어난 붉은 입과 불타는 듯한 외눈을 가진, 교활함으로 내가 살인하게 만들고 그 울음소리로 나를 교수형의 집행인에게 보낸 흉측한 짐승이 앉아 있다 라는 표현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주인공의 면면을 보면 정신병이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그 고양이에 대한 불길함에 그는 신경질적으로 난폭하게 변해갔고 그래도 예전 일이나 그 고양이의 목에 난 반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속으로 억누르며 참고 또 참아 직접적인 학대는 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주인공이 싫어할수록 더욱 주인공에게 달라붙어 집착하기 시작하고, 고양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받은 끝에 주인공은 사람조차 믿지 못하는 피해망상증에 빠진 반 폐인이 되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주인공의 스트레스 풀이 대상은 고양이가 아닌 항상 그의 아내였습니다.
귀족 친구인 로드릭 어셔의 집을 방문한 화자는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어셔와 함께 지내게 되고 어셔는 화자를 위해 기타에 맞춰 '유령의 집'이라는 자작곡을 불러주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그 주위의 숲의 배치가 이 집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감각이 병적으로 과민해져 결국 죽을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화자가 방문한 날 어셔의 여동생인 매들라인이 특수한 병을 앓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되자 어셔와 화자가 같이 시신을 매장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어셔의 여동생은 생존해 있었으며 병마에 시달리다 가사상태에 빠진 것을 어셔가 사망했다고 착각한으로 화자와 함께 시신을 가매장 할 때 어셔는 여동생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셔는 그것을 화자에게 말하지 못했으며 결국 생매장을 해버렸습니다.
화자가 소설을 읽을 때 들렸던 이상한 소리들은 모두 어셔의 여동생의 관이 쪼개지고 지하실을 빠져나오려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습니다. 검은 고양이를 비롯해 포의 유명한 <어셔 가의 몰락>입니다. 이 책은 공포와 추리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섬찟하고 기지 넘치는 10편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포의 관심있는 독자라면 작가의 작품을 여러편 읽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