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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여기 사람이 있다고. 지상에서 7만 2천 킬로미터 위에 사람이 남아 있다고.” 판타지, SF, 호러 미스터리, 복수 스릴러를 통해 아스라이 피어오른 파란의 역사와 회복의 갈피
5.18민주화운동, 제주4.3, 노동권 투쟁등을 SF, 고전 설화, 호러 미스터리, 복수 스릴러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파란의 역사와 회복의 갈피를 이야기 하는 책 <바늘 끝에 사람이>는 상상된 결말 또한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반드시 당사자분들이 원하는 방향, 인간의 존엄을 향한 정의로운 방향이어야 할 것이라는 목적으로 작가는 이 점을 기억하고, 사안에 정중하게 접근한 책입니다.
지상에서 7만 2천 킬로미터 위, 정지위성퀘도의 두배 높이에 세워진 거대한 궤도 엘리베이터 터미널과 여기에서 지상까지 탄소나노튜브로 연결된 리프트가 물자며 우주선이며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동안 원심력과 구심력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길고 아득한 무게추인 카운터웨이트, 이곳은 아무리 기계 몸으로 버틴다고 해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모르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회사는 사람을 산채로 고립시키고 그대로 버티다가 그곳에서 죽어 꼬들꼬들 잘 마른 미라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다행히도 기계 몸은 생체보다 튼튼했고 이곳에도 작업자들을 위한 예비용 초도당 앰풀은 남아 있었습니다.
농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한 일, 평원고무공장 사장의 일방저인 임금 삭감에 항의해 으릴대 지붕 위에 올라가 노동대중을 대표해 죽음을 명예로 알겠다라고 외치던 을밀대상의 체공녀 강주룡이 아니고, 가발 수출 업체였던 YH무역이 방만한 경영 끝에 여공들을 쫓아내자 항의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게 맞아 죽은 스물 두 살의 김경숙이 아니었다. 1981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한 여성 최총의 용접공으로 부당해고에 반발하여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이 아니었다.
기계가 몸의 7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와 내동료들은 여전히 사람이라고, 짗밟고, 무시하고, 때려잡고. 굶겨 죽이고, 사람을 절망의 궁지로 몰아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도 우리 모두는 너희와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 사람이 있다고 지상에서 7만 2천 킬로미터 위, 카운터웨이트 꼭대기에 사람이 남아 있다고. ---P.30
먼 옛날 피부색이 다른 것이, 아직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아이인 것이, 일할 사람은 차고 넘치게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아도 될 좋을 이유였던 것처럼, 이제 그들은 몸의 상당 부분을 기계로 교체한 사이보그 노동자들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세상이 말하는 투사라면, 나를 투사로 만든 것은 바로 세상이었다.
--- p.50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추천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록으로 연대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소설의 장점은 이야기의 결말을 현실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다는 측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하니포터로 한겨레출판에서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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