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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칭 - 인간 피부의 인류학적 의의 ㅣ 현대의 고전 10
애슐리 몬터규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8월
평점 :
“피부는 온몸을 감싸는 망토처럼 우리 몸을 연속해서 둘러싼 탄력적인 거죽이다.”
우리가 피부에 관해 이렇게 진진해 본 적이 있었을까 글항아리에서 2017년에 출간되어 오래도록 가지고 있던 책 터칭 touching – 인간 피부의 인류학적 의의에 관한 책입니다.
“건강한 인간이란 어떤 인간인가? 사랑할 줄 알고, 일할 줄 알고, 놀 줄 알며, 비판적이면서도 편견
없이 사고할 줄 아는 인간이다.” 질문과 답이 보여주듯 피부와 접촉에 관한 이 책의 관심사는 피부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책에 인용된 수많은 연구 결과가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피부’는 그 자체로 이 모두를 논하기에 충분한 대상이라고 합니다.
피부는 체중의 20퍼센트에 육박하는 비중을 지닌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이 책은 피부에 대한 우리의 이런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피부의 기능과 의미에서부터 피부가 상징해온 인간의 자아와 경계-소통의 문제를 전 생애/전 문화에 걸쳐 훑어나가며 저자는 “피부의 색, 결, 습도, 건조도를 비롯한 모든 측면은 우리의 존재 상태를 반영한다. 생리적 상태는 물론 정신적 상태까지도. 피부는 정념과 감정의 거울인 셈”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훌륭하게 논증해냅니다.
가장 원초적인 수준의 경계 넘기는 피부 접촉, 즉 터칭touching 을 통해서 일어난다. 눈이나 귀가 없는 생물은 있지만 ‘피부’가 없는 생물은 없다. 접촉은 모든 생물의 숙명이다. ---p.14
우리의 참되지 못한 자아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고들 있기에, 당연히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한다.우리에게 걸치도록 강요된 이 참되지 못한 자아는 몸에 안 맞는 옷처럼 거북스럽기 짝이 없어서 우리로 하여금 후회하게 하며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어쩌다 이 지겨에 이르렀을까. ,세일즈맨의 죽음> 에서 주인공 월리 로먼의 말처럼 “나는 여전히 임시 직원인 것 같다.” ---p.24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피부 접촉이 아기뿐 아니라 어머니의 복지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아기 사이의 피부 접촉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 발달에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는 어머니가 아이와 출산 후 최대한 빨리 그리고 충분히 피부 접촉을 하는 것이 어머니의 건강상, 심리적으로 모두 혜택을 준다고 합니다. 접촉이 시작되는 곳에서 애정과 인간애 역시 시작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태어나고 몇 분 만에 이루어지는 생애 첫 접촉으로부터 이 책을 쓴 목적이 있고 이러한 접촉의 어연한 역할과 더불어 접촉이 인간 서로에게 더 넓게는 인간애의 영역에 초래하는 결과를 알리는데 있습니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능력 중 하나가 교감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며 <터칭>은 촉감과 접촉의 감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이 세계에 기여해 왔으며 만지고 핥고 쓰다듬는 능력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이 침투해 있는가 주목해야 하는 인류학에서 소중히 다루어져야 하는 책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