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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평생 배에서 내리지 않은 한 남자 노베첸토의 이야기이다.
표지에서 유추하다시피 그는 피아니스트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았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피아니스트 천재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존재했으나,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떤 기록에도 남겨 있지 않은 사람이기에.
배에서 발견된 아이. 그가 갖는 첫 보금자리는
배였다. 그의 모든 삶도 배였고, 마지막 생을 끝낸 자리도 배였다.
배 위에서만 존재했던 아이가 선원인 대니
브라운과의 만남으로 노베첸토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그는 배 위에서만 존재한 사람이다.
27년동안 세상은 그 배를
스쳐 지나갔고 그는 27년째 배에서 세상을 엿보았다.
그리고 세상은 그의 마음을 훔쳤다. (p45)
27년동안 한번도 배에서 내리지 않은
노베첸토.
바다에서 보는 저 너머의 세상은 가보고 싶은
환상 같은 곳이었다. 환상 속에 함몰되어 버릴 것을 두려워했던 것일까?
소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이었을까? 어떤
이유든 문장에서 이야기하듯 세상은 그의 마음을 훔쳤다.
그는 세상을 사랑했다. 지독한 상사병을 앓는
사람처럼,,,,,,,
난 이렇게 사는 법을
배웠어. 내게 육지는 너무나 큰 배야. 어마어마하게 긴 여행이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야.
너무나 강렬한 향기야. 내가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이야. (p78)
배 위에서 매일 피아노 연주를 하는
노베첸토.
자신에게는 음악만이 전부였을것이다. 음악은
자신의 고뇌와 아픔, 욕망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었으니.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패였다.
하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세상은 그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다. 그 유혹에 압도당해 육지로 내려갈려고 했었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그의 유일한 친구인 팀
투니도 넓은 세상에 나가서 천재적인 음악성을 펼쳐보라고 애기했다.
한 발만,,,딱 한 발만,,,,딛으면
육지였음에도 그는 배에서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만의 법칙이었음을,,,,

많은 여운을 남기게 했던 책이다.
한편으론 그의 재능이 탐났다. 뺏을 수만
있다면 뺏고 싶었던 그의 음악적 재능. 그건 자유로운 표현의 방식이다.
이건 이렇게 쳐야해,,,이렇게 표현하는 게
정답인거야,,,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노베첸토는 이렇게 외친다.
'염병할 규칙'
이라고
100페이지도 안되는 굉장히 짧은 이야기지만
강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의 원작이기도 한
[노베첸토] 는 영화를 보고 싶어할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재즈의 창시자인 젤리 롤 모턴과 노베첸토의
피아노 대결이 그 중의 하나다. 청중을 마음을 사로잡고 그의 선율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모습들.
태풍이 불어오는 배 위에서 피아노에 고정되어
있는 고리를 풀고 마음껏 연주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순간 친구와의 대화.
욕망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던 노베첸토.
그의 삶의 고통, 음악과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는 다 이해하지 못할거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음악은 마법의
힘이 깃들여 있는 것 같다. 위로, 기쁨, 슬픔을 함께하는 우리의 친구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