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샤를로트 파랑 지음, 최혜진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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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파랑의 첫 그림책으로, 익숙한 일상 속에서 뜻하지 않은 ‘모름’을 만나는 순간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



이야기의 주인공 뮈리엘은 매일 숲을 산책하며 달팽이를 찾는 익숙한 루틴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엔 혼란과 불안, 심지어 불만까지 느끼죠.⠀
그럼에도 곧 그 미지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지고 관심을 기울이며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동화적 사건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알 수 없음’에 대한 태도와 호기심, 환대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이어집니다. ⠀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신비로운 색감과 텍스처가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어린이 독자는 물론 어른 독자에게도 시각적 즐거움을 줍니다. 익숙한 세계와 미지의 세계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그림 속에 온화하게 담아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이어집니다. ⠀



이 책은 어린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메시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 호기심으로 탐색하고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태도를 조용히 권합니다. 사려 깊은 번역과 짧지만 여운 깊은 스토리가 어우러져,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특히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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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재판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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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재판이란 거, 기대하곤 다르다. 그런 기분이었다. 피해자의 유족은 철저히 국외자였다. 뉴스 기사에서 사건을 접하는 제삼자 시민과 하등 다르지 않았다. 이 냉정한 절차에서 위로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이런 대우라니 (p45)⠀



친구와 여행을 떠난 애인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유족의 동의도 없이 화장이 진행되었고,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는 함께 동행했던 친구였다. 모든 정황은 그를 가리키는데, 그는 끝까지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뻔뻔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정황이 이토록 분명한 사건에서 판결은 어떻게 내려질 것인지, 그리고 판결 이전의 재판 과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이다.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는 도진기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법’이라는 제도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독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할 것이고, 한편으론 “법이 원래 그렇지” 라며 체념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정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제목은 《4의 재판》일까.⠀
안타깝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억울하게 죽은 것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 피해자는 손님일 뿐이었다.⠀
재판은 판사, 검사, 변호사가 법정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그들끼리 벌이는 게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긴 공판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다. (p.125)⠀


📌 법이 정작 관심을 두는 것은 ‘지킨다’는 행위였다.⠀
진실이 아니라 규칙을, 정의가 아니라 질서를,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체면을.(p271)⠀




✍️⠀
법은 사회의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 질서 속에는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개인, 곧 국민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법은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지키는가’보다 ‘지켰다는 형식’에 머물러 있다.⠀

무고한 죽음이 헛죽음으로 남고, 살인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거리를 활보할 때, 법은 과연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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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래층에 반달곰이 산다
마리메 지음, 임지인 옮김 / 라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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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래층에 반달곰이 산다》는 예상치 못한 이웃과의 만남을 통해 따뜻한 유머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인간 유리코와 반달곰과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사 기념으로 반달곰에게 벌꿀 롤케이크를 주면서 그들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너무나 밝은 반달곰은 유리코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늦잠꾸러기 유리코를 깨워주고, 맛있는 밥도 같이 먹으면서 혼자보단 함께 하는 삶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때로는 묵묵히 곁을 지키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줍니다.⠀



이 책은 겉모습의 다름을 넘어선 진정한 관계 맺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존재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예상치 못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의 소중함을 보여줍니다. 마리메 작가 특유의 따뜻한 필체는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전달하며, 익살스러운 반달곰의 모습과 유리코의 표정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따뜻했습니다. 비어가든 불곰 사장과 멧돼지 점원, 다람쥐 모녀, 바나나 케이크를 파는 고릴라 씨네, 백반집을 운영하는 삼색 고양이 사장님, 책방 염소 할아버지 등 ⠀



《우리 집 아래층에 반달곰이 산다》는 단순히 신비로운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편견을 허물고 다름을 포용하는 법,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따뜻한 위로와 성장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잔잔한 울림을 주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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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투스 그늘 중편선 1
주선미 지음 / 그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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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언제일까. 누군가는 극적인 비극의 순간을 떠올리겠지만⠀
주선미 작가의 《시스투스》는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사건’보다 ‘이후’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미 벌어진 일, 말해지지 못한 기억, 처리되지 않은 트라우마가 현재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보여준다.⠀


시스투스는 상처를 극복하는 서사가 아니다. 상처가 어떻게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 잔여가 인간의 선택과 관계를 어떻게 왜곡하는가를 묻는다. 인물들은 모두 평범해 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눌러 담긴 고통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주인공 하경의 ‘아이’의 위치에서 바라본 세계는 보호받지 못한 감정의 무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소설에서 아이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먼저 세계의 균열을 감지하는 존재다.⠀


작가는 폭력이나 비극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회피, 무기력 같은 일상적 태도가 어떻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동안 불편하다. 누구도 완전히 가해자가 아니고, 누구도 완전히 피해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 쉽게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과연 ‘몰랐다’는 말 뒤에 얼마나 많은 책임을 숨겨왔을까.⠀



📌정말로 잔인한 건 사람의 마음으 죽이는 거다. 그 순간 주완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람이었다. (p107)⠀

📌사람들은 모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 평범해 보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다. 살인자도 범죄자도 그런 타이틀을 얻기 전에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었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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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미래 과학 트렌드 - 한 권으로 따라잡는 오늘의 과학, 내일의 기술
국립과천과학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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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미래과학 트렌드》는 ‘미래’를 하나의 키워드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전망서라기보다 현재 과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분야별로 정리한 기록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생명과학 장에서는 식물의 시간, 인공 혈액, 종자와 농업, 생명과 AI의 결합처럼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주제를 다룬다. 화학과 지구과학 파트에서는 폐기물 재탄생, 수소에너지, 탄소순환, 기후변화 등 이미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 논의 중인 사안들이 중심에 놓인다. 우주과학과 과학기술 장으로 넘어가면 AI가 우주를 해석하고, 초지능·휴머노이드·ChatGPT 같은 기술이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도 짚는다.



마지막 과학문화와 노벨상 특강까지 읽고 나면, 이 책의 태도가 분명해진다. 과학을 낙관도 공포도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이 매년 이 작업을 이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미래를 예언하기보다, 시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해 주는 과학 교양서. 2026년을 앞둔 지금, 차분하게 읽기 좋은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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