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에서도 보았던 것처럼 그녀는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사람을 가르고 판단한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소설 중반 쯤엔 나오지만 절대로 옹호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숨어있던 자신의 어두운 성향을 어떤 상황에 의해 돌발케 했을 뿐, 성향은 언제든 돌출 되었을 것이다. 스위치가 켜지지 않길 바랬다. 진심으로.
그녀 안에는 사람을 배려하고 연민하는 감정이 있지 않다. 즉 그녀의 행동과 말은 입 속에서 나오는 입김처럼 사라져 버리는 연기 같다.
자신이 사냥할 대상을 점 찍고, 조금씩 야금야금 사냥 대상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식인종이 사람을 먹는 것처럼, 영혼을 피폐하게 하는 식인종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다른 식인종에게 잡아 먹힐 테니까.
영혼을 헤치고, 더 나아가서는 몸을 헤칠 수도 있는 사람이 내 옆사람일 수도 있다는 게 참 무섭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 소시어패스와 사이코패스의 중간 어디쯤 되는 것 같다. 그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권력을 명예를 가진 사람이다.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소시어패스라면 그 사냥감은 휘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의 학교 제자 세영이처럼 말이다.
권력을 가지고 사람을 어두운 바닥까지 끌어 내리는 행태는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다. 자신이 피할 구멍은 만들어 놓고 "내가 잘못한 게 있어?"라고 어깨를 으쓱이는 그녀가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전남친 성연우가 말한 것 처럼 그녀의 영혼은 제로다. 값이 전혀 없는 수인 제로, 심장이 없는 허수아비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정체를 모른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귀신 들린 허수아비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갈수록 입을 다물 수 없는 스토리에 점점 빠져 든다. <0. ZERO> 라는 작품으로 만난 김사과 작가는 새롭게 내 맘을 강타하며 관심작가로 등극했다. 어쩜 글을 소름 끼치게 쓸 수 있을까. 작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독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갔다가 제자리에 둔 격이랄까.
처음엔 무슨 소설이지? 라고 의아해하다가, 3분의 1일이 지날 쯤엔 점점 휘몰아치는 전개와 일인칭 시점의 그녀의 심리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악마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위에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람의 얼굴을 한 악마는 누군가를 사냥하기 위해서 두리번거리고 있겠지. 영혼 없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