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라니 눈꽃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7
원유순 지음, 구자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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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한 소설을 한 권 만났습니다. <아기 고라니 눈꽃>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를 그런 마음을 다시 되새기는 소설입니다. 아이들의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참 단순해집니다. 복잡한 세상에 신경 쓸 것도 많은 문제들을 안고 가는데 단순하게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곁가지들의 불안한 마음을 위안 받거나, 생각을 단순화 시킬 때 저는 아이들의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을 통해 중요한 하나를 얻고 갑니다. 사랑. 희망. 가족, 등등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준우는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벽난로에서 구워 먹는 고구마가 맛있긴 하지만 엄마 아빠 생각으로 갑자기 슬퍼지려고 합니다. 사실 준우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준우가 할머니, 할아버지는 참 안쓰럽습니다. 아랫집에 살고 있는 몸이 뚱뚱한 노총각 루돌프 아저씨, 코가 빨개서 생긴 별명이에요. 눈썰매를 타자고 제안하는 루돌프 아저씨, 그리고 머루라고 불리는 검은색 진돗개가 준우의 처진 기분을 풀어주네요.

 

 

할아버지와 머루, 준우는 눈 덮인 산으로 산책을 갑니다. 저 멀리 보이는 고라니 가족. 진돗개인 머루가 짖는데도 가지 못하는 고라니들. 왜 도망가지 않는 거죠? 사실 작은 새끼 고라니가 나무 뒤에 숨어 있어서 엄마 고라니가 그 자리를 피하지 못한 거였어요. 사냥 기질이 있는 머루는 작은 고라니를 물어 버렸고요. 머루에게 물려 피가 난 새끼 고라니를 집으로 데려와 치료를 해주게 됩니다. 고라니와 준우의 우정은 이렇게 쌓여갑니다.

 

 

실수도 해가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준우의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고라니가 추울까 봐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루돌프 아저씨, 고라니와 친구가 돼주는 머루, 또 고라니와의 이별. 행복감으로 차오르는 저를 발견하고 조카선물로 안성맞춤이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상황들을 책을 통해 겪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을 살아보는 거잖아요. 한 번도 이별을 하지 않았을 조카들이 <아기 고라니 눈꽃>을 읽고 이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작가의 말에서 울컥했습니다. 청소년 책을 읽으면서도 울컥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아기 고라니 눈꽃>을 쓰게 된 동기가 개에 물린 고라니가 놀라서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그 고라니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꼭 살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고 하네요.

 

<아기 고라니 눈꽃>은 몽글몽글 피어나는 사랑의 마음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그 안에 여러 감정의 무지개가 피어나 저를 울컥하게 합니다. 혹 초등학교나 중학교 친구들에게 권장할 만한 책입니다. 어머니들도 자녀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고요. 전 조카선물로 주려고 가방에 넣어 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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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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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의 책인 <나목>을 독서 모임에서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2019년 어느 날, 모임 회원들과 함께 박완서 선생님의 첫 장편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40세에 습작 한 번 없이 작품을 낸 것도 대단한데, 공모까지 당선이 됐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쳐도 40년 전에 씌었던 책이니 시대 차이가 많이 나서 이질감을 느끼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니 웬걸, 순수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었다. 이질감이라니, 내가 알지 못한 시대성을 알게 돼서 좋고, <나목>에 대한 의미와 인물들에 이야기하며 열띤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책의 서문만을 모아 놓았다. 글을 읽어 갈수록 선생님을 가까이 뵙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멀리 계시지만 그분이 남긴 서문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계셨다. 독자들도 그리운 마음이 큰데 선생님의 따님은 오죽이나 할까. 어머니가 남긴 글의 서문을 보면서 그때 지었던 표정의 의미를 이해했다고 하니 또 다른 그리움이 있을 것 같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소설의 기본 바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재밌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런 면에서 선생님의 말씀에 정말 찬성한다. 재미가 있어야 한 문장이라도 더 읽지 않겠는가. 재밌지 않으면 중도 포기하게 된다. 그런 책들이 서재에서 방황 중이다. 여하튼 선생님의 지론과 나의 지론이 꽤 비슷한 점이 많다. 독자로서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선생님은 독자, 또는 작가로서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선생님의 이력을 보니 40세에 <나목>을 쓰신 뒤로 정말 많은 책들이 끊임없이 출간되었음을 보았다. 그게 연재든, 출간이든, 공기를 마시듯 글을 쏟아 내셨다. 소설 <창밖은 봄>이라는 서문에서도 그 시대에 자신에게 지운 짐이 꽤 벅찼지만 절대 그걸 회피하려고 하지 않은 성실성은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정도면 인정할하지 않겠는가.

선생님의 작품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 이야기를 많이 쓰셨다. 특히 6.25 이야기를 많이 쓰셨다고 한다. 그 안에 자신이 경험했던 생생한 삶을 녹여 글로 탄생 시켰으니 더 진정성 있는 글이 나오나보다. 소설이지만 그 안데 자신의 삶이 들어 있고, 또 재미까지 곁들이니 독자들에겐 더할바 없이 행복한 비명을 하게 한다.

선생님의 작품은 소설 뿐만 아니라 콩트집, 산문집, 동화를 출간하셨다. 눈길을 끈 것은 동화다. 손주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 것을 모아 동화집을 내기도 했다는 선생님. 삶 자체가 글로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존경할 만한 분이다.

 

 

문학의 한 획을 긋는 박완선 선생님의 <그 남자네 집>이라는 서문의 글로 글을 마칠까 한다. 선생님에게 글은 연꽃이었고 삶을 꽃피우는 힘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더 그리워지는 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슴이 꽉 차기도 하고, 또 어딘가 구멍이 뚫린 것 같기도 하다. 그리운 마음이 더해져서 서재에서 선생님의 책을 몇 권 빼들었다.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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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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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작가의 소설 붕대감기는 작가정신에서 출간하고 있는 향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시리즈는 김사과 작가의 <0, 제로>라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두 작품의 공통점은 여성이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김사과 작가님의 책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엿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더랬다. 두 번째 작품인 <붕대감기>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각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은정 씨는 자신의 아픈 마음을 어디에 호소할 길이 없어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너무 걸어서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금세 터져버린 물집이 은정 씨가 아직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자신의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그게 은정 씨의 잘못이 아닌데도 죄책감의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사회에 유능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조금 노력한 것뿐인데,,, 그 대가는 혹독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자책감의 짐을 지고 걷는다. 그런 그녀가 찾아간 곳은 해미가 운영하는 미용실이다. 하염없이 길을 걷다가 눈을 들어보니 몇 달 전에 갔었던 미용실이었다.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본다.

 

원장 해미가 몸이 아파 나오지 못하자 걱정이 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혜는 해미를 찾아온다. 멘토라고 생각할 만큼 어떤 면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있는 해미에게 조언을 들을 참이다. 사실 지혜는 남존여비 사상이 무척 중요시되는 집안에서 자랐다.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고, 아들은 앞으로 부모의 제사를 모시는 사람들이기에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곳. 그런 그녀가 불법 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다. 예전에 불법 촬영의 피해자였던 친구 미진이에게 아무것도 못해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린 어떤 말을 하기 전에 내가 이 말을 해도 되나, 나의 말로 인해 상처가 되면 어쩌나, 찰나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아이가 혼수상태인 학부모에게 말을 건넬 때는 더욱 그러하다. 진경 씨는 참 난감하다. 하지만 자신 또한 누군가가 괜찮냐고 물어봐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을 건넨다.

은정 씨에게 말을 건넨 진경은 엄마에게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여자는 강해야 한다. 남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많은 규칙들 속에 따스함이 적은 강한 규칙 속에 돌아가는 모녀 지간. 여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누가 정하는가? 사람마다 모두 다를진대 지금도 잣대를 들이대며 남자와 여자를 이편, 저편으로 가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단비를 기다리고 있다. 너의 마음은 괜찮냐고, 그냥 무심한 듯 쓰윽 물어만 봐줘도 위로가 될 거다.

 

서로의 아픔에 붕대가 되어주면 좋겠다.

윤이형 작가의 말 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진경은 체육 시간에 세연과의 실기 시험을 잊지 못한다. 머리에 붕대감기 실습을 할 때 붕대로 자신의 머리를 감는데 너무 조이는 데다가 급기야 붕대가 부족해서 자신의 머리가 큰 게 아닐까 고민했다는 진경. 어쩔 줄 모르는 세연을 진경은 감싸준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됐다. 안타까운 캐릭터가 세연이었다.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줄 몰랐던 세연.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경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서툴렀던 세연. 진경이 세연을 감싸줬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붕대가 되어주면 어떨까.

 

소설 <붕대감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다 안아주고 싶다. 나 자신도 여자라서도 있지만,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주관적으로 행동하고 개인적일 것 같지만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그들. 아직까지도 여성이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 차별이 존재한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다. 페미니즘이라고 가를 게 아니라 성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캐릭터 각자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 공감이 되고, 이해가 갔던 소설이다. 같은 성이기에 더 따스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연대의식을 갖고 서로의 붕대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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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패밀리 3 - 여름휴가 456 Book 클럽
줄리언 클레어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손성화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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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상황은 이랬다. 마침 동생네가 집으로 놀러 왔더랬다. "고모~이 책 재미있어요?" "아직 읽지 않아서 모르겠어". 그 말은 자신도 읽겠다는 무언의 표시라는걸. 노란 표지에 재미있는 친구들이 큰 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떠나려는 그림에 벌써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읽고 나서 주려고 했는데,,, 벌써 뜨거운 반응은 뭐라니. "고모도 소장하고 싶은데 이쁜 리우한테 주는 거야"라는 말로 점수를 왕창 땄다는 이야기. (돈 벌면 고모 책 사주는 거 잊지마~알았지?ㅋㅋ)

 

이 책의 주인공은 볼드 가족이다. 표지에서 보시다시피 꽤 남다른 용모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정체가 누구야?라고 묻는다면 인간들 틈에 인간처럼 살아가는 하이에나라고 대답할 수 있다. 어떻게 넓은 평원을 등지고 사람 무리에 섞여 살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 사연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하이에나 패밀리> 1권과 2권을 읽으면 된다.

 

볼드 가족은 매사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빠인 볼드, 엄마 어밀리아, 쌍둥이 보비와 베티 네 가족이 모이면 좋은 일이든 아니든 꼭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진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가족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가 이미 예고했듯이 무슨 일인가는 벌어질 예정이다. 그전에 가족 소개를 하자면 아빠 볼드는 크리스마스 폭죽 안에 들어가는 말 개그 짓는 직업을 갖고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깨와 설탕을 합하면 뭐게요?,, 깨달음" 이런 식과 같은 썰렁할 수도 있는 말장난이다. 엄마 어밀리아는 자신들의 정체가 들통나지 않게 모자를 만들어 팔고 있다. 그럼 여름휴가는 떠나 볼까?

 

휴가를 떠나기 전 쌍둥이인 보비와 베티의 운동회가 있었다. 사건사고가 벌어지지 않으면 볼드 가족이 아니라는 말이 딱 맞다. 어떤 사건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기를,,, 운동회에서 다리가 골절이 된 보비가 병원에 가게 된 사건, 어떻게 보비가 강아지 뿡뿡이가 됐는지 스토리가 재밌게 흘러간다. 왼쪽 그림에 있는 뽀글이 학생은 볼드 가족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진짜 사람인 미니이다. 볼드 가족과 미니, 옆집 이웃 맥넘프티 씨(사실 그는 회색 곰이다), 마모 셋 원숭이 미란다와 신나는 휴가를 떠나본다.

 

처음부터 난관인 볼드 가족, 텐트 치는 법을 몰라 허둥지둥 우왕좌왕, 역시 그래야 볼드 가족이다. 그래도 즐거운 그들.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보비가 갑자기 사라지게 된 이유,,, 그로 인해 혼란에 빠진 가족들, 보비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가끔씩 썰렁한 아빠 볼드의 농담을 들으며 읽는 내내 입가엔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볼드 가족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사랑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 주는지 보았고, 그들을 통해 나눔이 어떻게 다시 되돌아오는지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사는 그들. 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 아이들만 읽을 책이 아니고 부모님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함께 생각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모험, 사랑, 재미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니 꼭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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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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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 이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엠브리오 기담>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알려진 그는 기담 전문 작가이다. 두 번째 책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은 8개의 기담을 모아 놓은 단편집이다. 머리로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형태를 어떤 식으로 표현해 냈을까 꽤 궁금하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아련한 슬픔과 따뜻함을 교차하는 듯한 환상을 갖게 한다. 따뜻한 색감의 표지 때문인 걸까?

8개의 단편들 모두 기이한 일의 연속성 속에 현실과 비현실 중간에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첫 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은 귀신이 어느 부부의 일상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이다. 에피소드라고 치부하기엔 놀라운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 생선을 보면 이 단편이 생각이 났다는 웃픈 사실 (읽어본 독자들만 알 수 있는 문장). 두 번째 단편은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인데 제목이 꽤 그로테스크하다. 머리 없는 닭을 몰래 키우는 가난한 친구의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이 단편은 마음이 참 아려왔다. 어쩌면 처음부터 결말이 예측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더 힘들게 읽혔나 보다. 그녀가 행복하기를,,,, 그녀 안에 싹튼 감정만은 오롯이 그녀의 것이기에,,,,

 

8개의 단편 중에 아이를 주제로 한 글이 <아이의 얼굴> <무전기>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아이들아 잘 자요> 총 네 편이다. 아이들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감정의 동요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더 안타깝고 심장을 옥죄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의 얼굴>이라는 단편은 자신들의 괴롭힘으로 죽음을 선택했던 친구의 얼굴이 자신이 낳은 아이의 얼굴에서 보인다는 설정이다. <무전기> 또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작품의 기저에는 애정이 깔려 있다. 그 애정의 결은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유독 사람에게 초점이 맞혀져 있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는 자신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딸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엄마, 그리고 동생,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온전한 내 품을 내어주는 그들! 그리고 그 뒷이야기. 많은 단편 중에 왜 이 단편의 제목을 골랐을까? 궁금했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간절함이 또 다른 간절함으로 다가왔고, 누군가는 죽었지만 누군가는 그 간절한 소리로 생의 길로 갈 수 있음을,,,,

작가라는 타이틀 속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SF로 탈바꿈시킨 <곤드레만드레> <이불 속의 우주>는 꽤 신선한 스토리였다. 특히 <이불 속 우주>는 과연 그 사람이 어디로 갔을까?, 나도 그 이불을 갖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끔 한다. 상상력을 마구 부러 주는 작품이었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슬픈 기담 이야기

 

작가의 전작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오른다. 이렇게 슬픈 기담이 있다니,, 기이하지만 그 속에 따듯한 색채가 물들었다고 하면 이 책의 느낌이 설명이 될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특히나 어린아이가 단편 속에 등장하다 보니 안타까우면서 아련한 마음이 더 강해진다. 꼭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기이하지만 사랑이 저변에 깔려 있는 이야기. 긴 호흡이 아닌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여운은 절대 짧지 않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뭔가 기이한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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