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8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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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마술사인 그녀를 거부하긴 쉽지 않다.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시리즈 8번째 작품인 [아이리스]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마리아나 가족은 아버지의 군대 징집으로 어머니 고향인 멕시코로 향한다. 익숙한 프랑스에서 낯선 멕시코 땅을 밟은 그녀는 이방인이나 다름없다. 귀족 집안으로 부유하게 살았으나 내면은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가득 차있었다.

📌"엄마 저는 어디 사람이에요? 제 집은 어디에 있어요?"(P215) 

아버지의 부재에도 풍족한 삶을 살지만 타인의 나라일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집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아 허공에 두 발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 어떤 땅에도 발을 디딜 수 없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그녀. '우리 피를 빨아 먹으러 온 더러운 외국인들, 염병할 이민자들'이라며 이방인 취급을 하는 멕시코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아이, 개처럼 기다리는 아이, 문 두 개 사이에서 사랑에 붙들린 채 우두커니 멈춰 서 있는 아이, 계단 위에서 기다리는 아이, 창문에 꼭 붙어 있는 아이, 엄마를 그저 보는 것만으로 내 모든 기다림의 시간이 정당화됐다."(p83)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이는 어머니라고 생각한 마리아나. 엄마의 시선 속에 속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였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엄마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착의 충분 조건이 갖춰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결과는 추종이고 집착이다. 자신만의 세계가 형성되고 있는 마리아나에게는 결핍의 대상을 퇴펠 신부에게 찾으려 한다.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일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아무도 나처럼 나를 사랑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너는 너를 사랑하지 않지."(p209) 



화자(마리아나)와 가족, 주변 인물들은 모두 회색을 띠고 있다. 시대적 상황도 무시 못하겠지만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인을 통해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된다.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된 삶, 주체적인 삶이 아닌 테두리 속에 살아야 했던 삶. 끊임없이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주도권을 가지는 것도 과정이 있다. 기폭제가 되는 퇴펠 교수의 역할, 주변을 살펴보면 한 사람 정도는 있는 캐릭터다. 

작가의 자전 소설인 만큼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관습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도,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사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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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포인트

1. 화자(마리아나)가 어떤 포인트에서 각성하고 성장하는지 살펴 보기.

2. 언어의 마술사로 인정. 예스와 노를 표현하는 몸짓을 이 정도로 표현하다니.
 엄마의 가슴을 묘사하는 문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내 안에는 머리를 올리고 내리는 용수철이 들어 있다. 위, 아래, 위, 아래. 반면, 소피아에게는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용수철이 있어서 쉬지 않고 부정한다."(p45) 

3. 이방인의 삶, 정체성의 문제도 한 번 생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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