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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죄
윤재성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평점 :
🧨"검사가 할 일이 인간이 해야 할 일입니다." (p280)
권순조 검사.
범죄의 온상인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보육원에 불을 지르고 사람까지 죽인 소년. 아버지의 폭력 속에 방치되었던 그가 검사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방화, 재산 손괴, 범죄 은닉,,,죄명이 무거움에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이가 있었다. 심지어 너의 머리로 검사가 되고도 남을 거라고 조언까지 해준다. 지옥에서 구원 받고 올라온 그가 할 일은 공부였다. 다행인지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지고 있어서 머리에 입력 된 것은 잊는 법이 없다.
검사가 된 남자는 특별한 기억력과 탁월한 상황 인지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장관 표창까지 받는다. 일적으론 승승장구했지만 실상 불면증과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환영을 보는 초췌한 남자의 모습이다.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신이 죽인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거다.
회식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목에 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 죽어가면서 성호를 그으며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다. 자신을 찾아오다가 죽음을 맞게 된 남자. 자신이 사건을 담당하길 바라는 자에게 온 수탉머리가 든 택배. 한 여자의 죽음. 모든 사건들이 맞물려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누군가는 해야만 해요. 어떤 검사, 어떤 수사관, 어떤 판사는 싸워야 합니다.
세계가 타락하고 사법이 힘을 잃어도."(p114)
사건을 파헤치다보니 끝도 없는 죄의 온상들. 대검찰청부터 청와대까지 이어진 비리. 줄줄이 소세지처럼 죄목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기소할 수도 없는 무기력한 상황은 무엇인가? 지켜야 할 것 앞에서 검사였지만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초라한가?
🎈"현실의 검찰 조직에서는 영화 속 검사가 탄생할 수 없다. 나는 혼자 싸우려 했기에 실패했다. (중략)
사회의 요직에서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이들이 브로커에게 명예와 도덕을 팔고 있었다. (중략)
현직 검사가 권력에 쫓기면서 만든 명부, 이 명부를 통해 죄 있는 자가 벌을 받고 죄지은 자가 두려워하기를 바란다. 산 권력에 관대하고 죽은 권력에 엄혹한 검찰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비단 검찰만이 아니다. 판사, 경찰, 그리고 국민들이 바뀌어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라간 자들은 결코 특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국민의 눈으로 감시하라. 시민의 힘으로 경계하라. 공명정대와 정의를 입과 손으로 부르짖지 말고 몸으로 행하라. 비겁한 짐승들만 사는 곳에서 정의로운 맹수는 나지 않는다. (p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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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와 비슷한 상황들. 적폐청산을 부르짖고 있지만 여전히 명예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불의를 저지르고 있다. 적나라하게 민낯을 보여 준 정치적인 상황들을 비틀어서 이야기한다. 사람을 죽인 검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부터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나약한 희망이 아닌 확실한 희망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맞고 있는 소년에게 건네주는 회초리. 그 의미는 읽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터.
정의롭게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약한 정의는 불의와 같다는 책의 내용처럼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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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포인트
1. 빠른 전개의 사건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2.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는 결론.
3. 검찰, 판사, 경찰, 국민이 가지고 가야 할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