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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껜 아이들 ㅣ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불꽃처럼 나비처럼’ 이라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그 시대를 전후해서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져지는 요즘인데, 책 제목을 보고 에네껜이 뭘까 궁금해졌다. 표지를 보니 세월이 느껴지기도 하고, 뒷쪽으로 보이는 이상한 식물의 정체도 궁금했다.
책장을 한장 두장 넘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슴에 묵직한 무언가를 얹어놓은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읽기가 힘들었다. 아니, 글을 읽기는 힘들지 않았지만, 그 상황에 마음이 아파서 견딜수가 없었다.
책의 초반부에서 제물포에서 멕시코로 떠나는 일포드 호를 타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그래도 잘 살아보자고 떠났던 이민이, 사실은 노예나 다름없이 팔려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행들이 얼마나 절망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말도 안통하는 낯선 땅에서 뾰족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지닌 어저귀라는 식물을 채취해야하는 농장에서 허름한 움박에서 지내야 했음을 알고 얼마나 좌절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 차이때문에 갈등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의지의 조선인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서서히 그 시련을 견디고 인내해낸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감독관에게 농락당하고 죽음을 택한 소녀의 모습과, 계약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갈 새로운 희망을 품고 간 그곳에서 또 한사람을 떠나보내야하는 상황에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후반부에 접어드니 새로운 희망을 세 소년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어서 가슴이 뭉클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들을 기억이나 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민자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는 종종 들어보기는 하지만, 1905년 일제의 계략과 억압에 의해 멕시코로 떠난 이민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인 중개업자 마이어스(Myers)와 일본인 다시노 가니찌에게 완전한 사기이민을 당한 사람들이 일본의 계략에 의해 강제로 이주가 된 사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 역사의 베일 속에 가려진 잘 모르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일본에서 유학당시에 일제시대때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던 조선인들이 힘들게 일했다는 탄광의 유적지를 찾아가 본 일이 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증언해주던 일본인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이루 말할수 없이 고생하다가 고인이 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또 해방이 되어 돌아가려는 그들이 탄 배를 습격해서 모두 바다에 수장했다는 통탄할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자국민에 대한 대응 중에 하나 생각해야할 것은 이주민들을 위한 배려였다. 뭐 그들이야 식민지나 노예는 아니었지만 타국으로 이민해서 정착했던 그들의 2,3세의 입국을 받아주고 교육에도 힘쓰는 모습에서는 우리의 대응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과거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힘든 생활에 어려웠을 그들을 기억하는 일을 이제 해야할 것 같다. 광복이 되어 해방이 되었다고 기뻐했을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이 책 속의 사람들처럼 일제의 만행에 의해 강제 이주되어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베풀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선 아이들부터 그 사실을 잊지 않도록 이 책을 함께 보길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