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 나를 찾아 떠나는 300일간의 인디아 표류기
하정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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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대에는 잘 몰랐는데 30대가 되고 보니 시사 프로가 더 눈에 들어오고, 아시아나 다른 나라의 사람들의 삶을 다룬 방송이나 책들이 눈에 띈다. 이 책은 책 표지에 끌려서 꼭 보고 싶었던 책이다. 이마에 핏자국 같이 보이는 한 소녀가 꼭 손으로 빌고 있는 것 같은 사진이 인상적이어서일까, 이 소녀의 정체가 뭘까 무척 궁금해서 책을 펼쳐 들었다.
 
앗, 그런데 읽다보니 많이 낯익은 투의 문체가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20인 호주'를 쓴 그 작가 '하정아'씨의 작품이란다.
책을 읽어갈때는 몰랐는데 후반부에 이르니 그녀의 책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닌가. 정말 놀랍고 반갑고 아~ 그래서 이런 느낌으로 글을 적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더 반가웠다. 그녀의 '20인 호주'에서는 함께 워킹 홀리데이 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의 즐거운 글 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그런 느낌의 발랄한 그녀에 좀 더 감성적이고 성숙해진 여인의 내음이 나는 글이 더해져있는 느낌이다. 그녀의 자라온 삶, 가족, 그리고 사랑까지 그녀의 즐거웠던 기억 뿐 아니라 아픈 기억까지 책 속 인도에서의 300일간의 여정을 통해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과 함께 내려놓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곳곳에서는 그녀의 발랄함과 정말 인도 현지인보다도 더 인디아에 익숙해진 그녀의 여정이 가득한 포토 에세이집 같은 느낌도 나고 현지인들의 모습과 삶이 담긴 사진과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운 구성이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낙후된 모습과 굶주리고 헐벗었을 것 같은 사람들, 길거리에 파는 위생관념이 없는 비 위생적일 것 같은 먹거리들조차 그녀의 이 책에서는 정겹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녀가 그 속에서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몸을 사리지 않고 체험하고 경험해본 이야기들을 토대로 했기에 더 진솔했고, 더 즐거운 책이 되지 않았을런지.
사실 여행서 하면 제일 궁금한게 무얼 먹고 어디서 잠을 잤을까가 참 중요한 관심사인데, 그녀는 값싼 곳을 찾아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고 저렴한 곳이라서 이상한 벌레가 나오기도 하고 바퀴벌레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 하룻밤 묵고가라고 하면 마다않고 침대 하나가 집의 1/3을 차지한다는 집에서도 머물며, 먹을것이라고는 설탕이 듬뿍 들어간 짜이랑 배탈이 나서 호되게 고생했다는 길거리에서 잘라서 파는 쥬스랑 과일 이야기에 인도에 가면 이런거 먹고 싶다!가 아니라 이런거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게 더 많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의 책 속에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뜨거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유명한 여행지나 타지마할은 등장하지도 않는 그런 인도 여행이며, 서민들의 삶과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편한 호텔에 투어로 하는 여행도 힘들터인데 표를 끊는 일부터 묵을 곳을 찾는 일까지 모두 손수해나가는 여행을 여자 혼자의 몸으로 하기 참 힘들었을텐데 그녀는 해냈고 이렇게 책으로 담아냈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렇게 고생고생하던 인도를 떠나 네팔에 가서 조금 더 나은 거리의 모습과 없는게 없는 풍족한 모습을 보았을 때 오히려 그런 편안함이 재미없어졌다고 했을 정도니 그녀는 진정한 여행꾼이다. 아니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다. 그 느낌을 책으로 느껴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재치있고 활달한 그녀의 말 솜씨는 만화책을 볼때의 키득거림과 진지함이 겹쳐져서 읽는내내 즐겁고 또 따스했으며 뜨거웠다. 마치 인도의 숨막히는 더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이  지금 느껴지고 있는 것처럼.
 
결국 책 표지 소녀의 사진은 본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 책은 분명 표지랑 내용이랑 살짝 다른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심각하게 들여다보면 또 아닌 것 같다가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심오한, 그렇지만 인도를 제대로 여행한 듯한 느낌이 나는 그런 책이랄까. 

 

<책 이미지의 저작권은 부즈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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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혼의 세 가지 소원 동화는 내 친구 54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이주희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논장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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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을 받아들고 왜 그림이 모두 흑백일까 의아했다. 그림책이라면 적어도 알록달록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색감이 있어야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흑백이 낫다는 사실을 책을 읽어내려가며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1년중에서도 가장 기다렸을 트리혼의 생일날, 아침부터 받을 선물로 즐거워하며 선물을 놓을 공간을 만들어두기까지 한다. 작년까지는 생일 선물을 변변히 받지 못해서 몽땅 몰아서 주실 것 같은 설레임에 혹 텔레비젼을 사주시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엄마는 케익이나 맛있는 요리로 하다못해 우리나라처럼 미역국은 아니더라도 뭔가 준비를 해서 상을 차릴 생각은 안하고 냉장고 정리에 한창이다. 정리하다가 그 자투리 재료들로 무슨 음식을 만들까 고민하면서, 아들에게 내민 것은 자두가 달랑 전부다. 또, 아빠는 어떤가, 아들이 오늘이 생일이라고 하자 오늘은 새달의 첫날이라고 하며 생활비를 한꺼번에 내야한다고 말하며 엄마에게 가스비가 많이 나온다고 청구서를 함께 보자고 말한다. 엄마는 자신의 양장에 꼭 필요한 모자를 사야한다고 하면서 아들의 생일에는 신경도 안 쓰는 눈치다. 어쩜 이런 가족이 다 있는지 싶다.

그런데 정원으로 나갔던 트리혼은 혹 개를 선물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땅의 흔적을 쫓아가다가 땅 속에서 이상한 모양의 병을 발견하고 잘 닦아서 뚜껑을 여는데 알라딘 램프처럼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하고 트리혼은 저도 모르게 그만 케잌과 촛불을 두가지 소원으로 말해버리고 마는데.....

 

엄마는 엄마의 관심만 이야기하고 아들의 생일은 안중에도 없고, 아빠는 아빠대로 생활비와 절약을 이야기하며 아들의 이야기는 들은척도 안한다. 그의 유일한 친구 모시는 악동인 듯 그의 말에 싸납게 대꾸하기도 한다. 그리고 트리혼에게는 선물이 내려지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스웨터로 크기만 좀 더 클 뿐이라는 서글픈 사실이 가슴아플 것 같은데, 알라딘 램프같은 병의 등장이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느낌이다.

 

어쩌면 조금 과장은 됐을지라도 우리 가족 모습이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살짝 들어서 뜨끔하기도 했다. 아이의 말은 들어주려고 하지도 않고 각자의 관심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참 씁쓸하다. 하지만 그런 모습 속에서도 교훈이 있다. 아빠는 작은 일도 그때그때 해결하라고 하며 일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트리혼이 받게 된 멋진 케이크 속에도 또 한번의 소원을 빌 수 있는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 구성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즐겁고 또 신비한 이야기, 행운을 놓치지 않도록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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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고양이 스스로 읽는 성장 동화 1
아더우 지음, 하루 옮김, 다무 그림 / 푸른날개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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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르다는 것이 개성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회 속에서 남과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차별을 받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아이의 외모때문에 가끔 외국인 아이가 아니냐고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다. 사실 뭐 우리 아이가 머리카락이 햇볕에 비치면 완전 까만 색은 아닌 살짝 갈색빛이 돌고 눈도 크고 눈썹도 길어서인지 가끔 그런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런 말들이 무척 신경에 거슬린다. 아이가 자라면서 혹 그런 부분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엄마가 보기에는 도치 엄마라서 그런지 잘나기만 했구먼 보는 관점에서는 그럴수도 있을까 싶기도 하면서 속상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때로는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빨강색 고양이가 있다니, 상상을 하면 참 귀여울 것 같기도 한데 온몸이 새빨간 털이면 다들 놀라서 도망갈 것 같다. 이 책 속 다른 고양이들처럼 말이다. 빨간 고양이는 창고 속에서 숨어지내다 같은 고양이 친구들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나가지만, 빨간 털 때문에 다들 피한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 사이에서 빨간고양이의 정체가 아주 못된 고양이라느니, 세균 덩어리라느니 하는 말들이 돌기 시작한다. 마을에 쥐를 잡고 환경개선을 하게 되자 고양이들이 잡을 쥐들도 점차 줄어들게 되는데 빨간 고양이가 그들을 위해 창고안에 있는 쥐들을 잡아다주었더니 오히려 마을의 쥐를 다 훔쳐 갔다며 누명을 쓰게 된다. 그러다 창고로 도망쳐온 빨간 고양이는 그만 페인트 통을 뒤집어쓰고 형광 고양이가 되는데....

 

참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 속에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도 어렵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전해져오는 구성이라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겉모습만으로 다른 친구들을 판단하거나 외모나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이 없어야겠다. 이 책을 통해서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우리들이 각자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 빨간 고양이를 통해서 배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대하면 참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이 일깨워준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 <형광 고양이> 조금 글밥이 많아서 초등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읽기 시간이 될 것 같다.



<책 이미지의 저작권은 푸른날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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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파랑새 청소년문학 7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예령 옮김, 박형동 그림 / 파랑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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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건데 난 사실 학창시절 방황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1학년때부터 쉼없이 자율학습으로 학교에서 늦게 끝나고, 대학입시를 위해 방학도 없이 찜통 더위 속에서도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보내는 등 매일 수업에 쩔어 살았던 기억 속에는 속으로만 삭혔던 기억이 더 많지만 말이다. 학교에 매여 있어야 하다니 청춘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무언가 울컥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교실 풍경 속에서 하지만 같은 반 학우들이 있었기에 나 또한 일탈을 꿈꾸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아니 그게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설레였다. 의외로 얇고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오늘 아침,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라는 제목으로도 호기심이 일어 책을 펼쳐보고 싶은 충동으로 후다닥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얇은 사이즈라고 금새 읽을 것 같았는데 역시 수상작가인 만큼 읽으면서 곱씹어 음미할 부분이 많아서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어느날 아침, 륄라비는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가방에 짐들을 대충 꾸리고 멀리 있는 아빠에게 편지를 쓴 륄라비는 다쳐서 병석에 누워있는 엄마가 잠든 시간에 집에서 나온다. 햇볕이 뜨거운 날 륄라비는 도시를 벗어나 인적이 드믄 곶에 이르러 지하 참호를 따라 내려가다 <나를 찾아보시오>라는 글에 호기심을 느끼며 바위를 타고 올라가며 수학문제를 풀듯 교실을 떠올린다. 그리고 수영할 곳을 찾아 마음껏 수영도 하고, 자유롭게 마음껏 거닐며 시간을 보낸다.....
 
햇볕이 뜨거웠고 하늘과 바다가 빛나는 그런 날, 별안간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은 륄라비가 "이놈의 심장, 정말 성가셔!"라고 한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참으로 가슴에 와서 콕콕 박히는 시적인 문체들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사실 초반부를 읽으면서는 왜 이 소녀가 학교를 벗어나기로 결심했는지, 일탈을 꿈꾸게 된 이유가 확실히 나오지 않아서 궁금증이 커져갔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후반부를 읽으면 그녀를 그저 가출한 비행 청소년정도로 여기는 교장선생님이 등장하고, 그녀가 마음을 열수 있었던 선생님이 초반부에 낯선 <나를 찾아보시오>라는 글을 통해서 등장한 수학선생님인 필리피 선생님이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소녀가 학교라는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바다에서 노닐며 또 힘들지만 바위에 오르는 모습, 그 안에서 먼 곳에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고 편지를 쓰는 모습,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륄라비의 모습에서 일탈을 꿈꾸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내 어린시절이 살짝 떠올랐다.
륄라비처럼 나도 내 물건을 챙겨서 풀이 자란 언덕 위 커다란 바위에 올랐던 기억들. 무엇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그게 유일한 나만의 시간이었고 또 성장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듯 하지만, 삽화도 곁들여져서 중학생 정도라면 륄라비의 모습 속에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일탈을 꿈꾸는 그 시절처럼, 소녀의 모험이 내 마음처럼 와 닿을 것 같다. 수준높은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고 딱딱하게 생각하기보다, 참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소녀의 짧은 모험으로 접하면 참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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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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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하면 나오키상 수상작인 ’철도원’이 떠오른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철도원은 내가 한창 대학원 논문으로 바쁘게 움직이던 해엔가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서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의 소설과 데뷔는 참으로 독특하다. 책의 표지 뒷면에 나온 그의 약력에서 ’1951년 도쿄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갑자기 집이 몰락하면서 불량소년이 된다고 한다. 이후 설국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에서 몰락한 명문가의 자제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라는 문장을 읽고 소설가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아뭏든 그렇게 그는 소설가가 되어 이제는 수상작가로도 명성이 알려질 정도라니 가히 꿈을 이룬 작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벤치에 앉은 두 사람. 할아버지와 손자는 이 책 속에서는 주인공들이다.

앞 표지에는 두사람이지만, 뒷표지에는 아무도 없이 텅 빈 의자. 책 속에서 할아버지에게 은행을 줍자고 해서 나왔던 그 모습이리라.

 

이번 작품에는 아사다 지로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청춘의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를 주제로 8편의 단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연결이 되어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인 ’이노’,  ’할아버지’ 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금은 사라진 도쿄의 가스미초(霞町)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쓰인 이 소설은, 전에 내가 직장생활을 했던 곳의 지명이랑 같아서 더 재미있게 몰입하게 된 소설이다. 완전히 번화가가 되어버려 고급 술집이나 백화점이 들어선 ’麻布(아자부)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고, 도쿄하면 삭막하고 사실 주택가보다는 높은 건물이나 번화가가 더 생각나는 곳인데, 사진관을 가업으로 2대째 운영하던 그곳을 추억하며 아련한 시절의 청춘과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향수같은 느낌을 주는 참 따스하고 아름다운 소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전쟁이 끝나고 어용(고위 대관들을 찍어주는 전문 사진사를 말하는것) 사진사로 고관대작들의 사진을 주로 찍었던 잘나가는 시절이 있었던 할아버지. 나이가 드심으로 치매가 있어서 가끔 소동과 실수도 일으키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통해서 할아버지의 삶이 하나 둘씩 퍼즐 맞추듯 되살아난다.

 데릴사위로 2대째 사진사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 사진을 가업으로 2대째 데릴사위로 들어온 아버지는 할아버지와는 사제 지간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사진에 대한 또 다른 열정을 불사르며 드디어 그랑프리를 수상하는데 힘들게 찍은 풍경사진이 아니라 그것은 할아버지를 찍은 노스승이라는 작품이라는 것도 기억나는 대목이다.

각 이야기는 이노의 눈으로 소개가 되고 있으며, 그의 가족 특히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전쟁으로 죽은 그의 삼촌, 할머니와 할머니의 첫 사랑 등 가족 모두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틱한 일들이 하나하나 실타래 풀리듯 엮여져 있는 이야기들 속에 이노의 고등학생 시절과 사랑과 청춘이 이 책을 더욱 몰입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할아버지가 이노와 친구들의 졸업사진을 찍어주시며 한 대화가 참으로 기억에 남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가족들의 모습과는 참으로 다른 부분들이 있긴 하다. 가업을 잇기 위해 데릴사위를 들이는 풍습, 일본에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문명의 발달로 인해 신제품들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몇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시니세(老店)’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남녀간의 사랑이나 관계도 우리나라의 생각들과는 다르고, 대학입시의 풍경도 좀 다르고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생각들도 다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마도 청춘과 가족이라는 부분에서는 무척 따스한 인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주인공 이노의 따스한 가족사와, 이노의 청춘이 새록새록 다가오는 참 재미있는 구성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따스한 노란빛의 은행잎 앞에 놓인 벤치가 있는 표지가 읽기 시작했을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책을 덮으면서 더 선명해지는 그런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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