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 연배가 높은 사람과 얘기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연배가 높다기보다... 배울 점이 있는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 상식이 많은 사람. 깊이가 있는 사람.

그래. 깊이가 있는 사람과 얘기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랬다. 술 한잔 하면서 깊이 있는 누군가와 얘기하는 느낌.

무릎을 탁! 치며 맞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내가 어지럽게 생각했던 그 문제가... 바로 그거라고!

대화하는 상황이 상상되는 그런 책이었다.


에세이.. 산문집에는 손이 잘 안갔는데 책은 저마다 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다. SEE. 見.

너와 내가 사는 세상을 보여준 책.



<책속에서>

그때 우리는 모두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 같은 '큰 문제'만 바뀌면 다른 소소한 문제들은 저절로 바뀌리라 믿었던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우리 사회의 '헝거게임'은 슬금슬금 전면적으로 확대되었고, 어느새 우리 모두는 아레나에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벌이면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거라는 희망 따위는 감히 품지 않는 그런 시대에 살게 되었다.



부자를 정말 부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가난에 대한 무지다. 천진한 무지가 그를 정말 타고난 부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프랑스대혁명 시기의 군중들을 격분시킨 것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남겼다는 루머였다. 민중의 삶에 대해 그토록 무지하다는 것이...



우리의 내면은 자기 안에 자기, 그 안에 또 자기가 드어있는 러시아 인형이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언제 틈입해 들어왔는지 모를 타자의 욕망들로 어지럽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

일상에서는 누구도 '컷'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삶은 때로 끝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만 같다. 그럴 때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면 참 좋을 것이다. '자, 다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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