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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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찍힌 도장을 보니 내가 이 책을 12년 7월 7일에 샀구나.

이상하게도 참 손이 안가던 책이었다. 물론 앞부분 몇 페이지를 읽었던 적은 있었으나 등장인물의 긴 이름이 부담스러워서(ㅋㅋㅋ) 그대로 덮어두었다.

마침... 빌려둔 책도 없고.. 집에 있는 책은 다 읽었길래 다시 도전해봤다.

역시 초반의 그 몇페이지가 고비였던 것. 30페이지 정도 읽다보니 고전은 고전인가.... 역시..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시간 사람들이 찾는 책은... 이유가 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소설은 은근하면서 깊이있게 진리를 말해준다. 그 뭉근함이 좋다.


책속에서 조르바가 주인공(두목!)에게 묻는다. 그 책속에 과연 무엇이 있느냐고. 무엇이 있길래 그렇게 줄곧 책을 읽냐고. 그냥 일어나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여자를 만나고 즐기라고 한다.

쿨한 조르바 할아버지. 많이 배웠습니다.





<책 속에서>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뻘 속에 갇혀 있어서 무디고 둔한 것이다. 영혼의 지각 능력이란 조잡하고 불확실한 법이다. 그래서 영혼은 아무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는 예견할 수 없다. 미래라는 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

 


<자유라는 게 뭔지 알겠지요?> 금화를 약탈하는 데 정열을 쏟고 있다가 갑자기 그 정열에 손을 들고 애써 모은 금화를 공중으로 던져버리다니.....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 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노예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일까?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신부는 없고. 종교는 대중의 아편이오.



내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습디다. 그러나 그놈의 상처는 잘도 아뭅디다. 빨강, 노랑, 검정 천 조각을 굵은 실로 요리 꿰매고 조리 꿰맨 돛을 보셨을 게요. 아무리 사나운 폭풍우에도 찢어지지 않아요. 내 가슴도 그것 비슷합니다. 구멍이 뿡뿡 뚫어져 조각조각 갖다 기웠지요. 아무것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요!



공자 가라사대, 많은 사람은 자기보다 높은 곳에서 혹은 낮은 곳에서 복을 구한다. 그러나 복은 사람과 같은 높이에 있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본, 나뭇등걸에 붙어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ㅇ벗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주었다. 열심히 데워 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 갔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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