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사를 준비할 때, 문학 파트의 시험을 대비하며 문학 자습서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만났던 좋은 책들은 시험 끝난 후 꼭 읽어야지 하며 표시도 해놓았었다. 허나, 관촌수필은 그 리스트에 없었다. 이 책의 서문과도 같은 <일락서산>의 부분이 실려 있었으니, 재미를 느끼기는 커녕 좀 고리타분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맞다, 고리타분. 내가 이 책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느낌이 그거였다.
그러니 아마 독서모임 선정작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읽어보진 않았을 터였다.
나이가 먹은 탓인지, 너무 재미 있게 읽었다. 인물들이 다 생생히 살아있고-이문구님 글 잘 쓰시는 거 인정, 최시한님이 이 작품 주변인의 전기라고 평가한 거 격한 공감-시대의 변화도 잘 보였다.
우리 할머니가 해주신 주변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 처음에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해 이번엔 누구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잔뜩 기대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감동포인트 하나씩 넣어주는 센스까지!!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장벽이 높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까짓 단어 몰라도 전체 스토리 파악에는 전혀 문제가 없기에 찾아보지도 않고 읽었다.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글로 보니 왜이리 따뜻하고 정겹고 살만하다고 느껴지는지.. 이것이 글의 힘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