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사를 준비할 때, 문학 파트의 시험을 대비하며 문학 자습서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만났던 좋은 책들은 시험 끝난 후 꼭 읽어야지 하며 표시도 해놓았었다. 허나, 관촌수필은 그 리스트에 없었다. 이 책의 서문과도 같은 <일락서산>의 부분이 실려 있었으니, 재미를 느끼기는 커녕 좀 고리타분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맞다, 고리타분. 내가 이 책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느낌이 그거였다.
그러니 아마 독서모임 선정작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읽어보진 않았을 터였다.

나이가 먹은 탓인지, 너무 재미 있게 읽었다. 인물들이 다 생생히 살아있고-이문구님 글 잘 쓰시는 거 인정, 최시한님이 이 작품 주변인의 전기라고 평가한 거 격한 공감-시대의 변화도 잘 보였다.
우리 할머니가 해주신 주변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 처음에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해 이번엔 누구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잔뜩 기대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감동포인트 하나씩 넣어주는 센스까지!!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장벽이 높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까짓 단어 몰라도 전체 스토리 파악에는 전혀 문제가 없기에 찾아보지도 않고 읽었다.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글로 보니 왜이리 따뜻하고 정겹고 살만하다고 느껴지는지.. 이것이 글의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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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2-07 0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고딩때 관촌수필을 재미나게 읽었는데 수능 칠 때 나와 버림 ㅋㅋㅋ초딩 때 만화로 읽은 창선감의록이랑 중딩 때 프린트해 들고 다니던 이상 시도...그래서 언어 어려운 해라고 애들 다 망하는데 혼자 언어만 잘 봄 ㅋㅋㅋ그때 독서의 실용성(?)을 깨달았네요. 지금도 꼬꼬마 중딩들한테 한국문학의 가치(재밌다! 야하다! 수능 문학 영역 자동 해결!)를 마케팅하는데 애들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2-07 14:13   좋아요 1 | URL
와~ 진짜 차원이 다르심다. 중고딩때 이걸 읽고 재미나셨다니~👍
능력자 인정!!
글게요, 요즘 애들은 어찌해야 책을 좀 읽게 될까요? 저도 늘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열반님의 강려크 꼬임도 귓등으로 안 들리다니..ㅠㅠ

오거서 2021-02-07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딩 때 읽기는 하였는데. 고리타분. 지루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완독하지 못하였는데 다시 읽으면 예전의 느낌을 지울 수 있을까요.

붕붕툐툐 2021-02-07 14:15   좋아요 0 | URL
오거서님이 다시 읽고 재미 있으면 어른, 재미 없으면 아직 애들~ㅋㅋㅋㅋㅋ
어른 리트머스로 이용해 보세요~ 재밌게 읽힌 게 세월이 80%는 했다고 봅니다. 읽으면서 요즘 애들은 이거 읽어도 하나도 재미 없겠지 했거든요..ㅎㅎ

유부만두 2021-02-07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촌수필....을 읽고 외우셨다니?!!! 전 감히 ....

붕붕툐툐 2021-02-07 18:36   좋아요 0 | URL
아.. 글 그 자체는 아니구, 자습서 내용을 외울만큼 봤다 뭐 그거입죠~ 절대 외우지는 못했습니다!ㅎㅎ

2021-02-08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8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