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홍규를 모른다.(참, 자랑이다.)
사실 인터뷰집도 그리 손이 많이 가는 장르는 아닌데, 이 책이 끌린 이유는 제목보다 옆에 있는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이란 말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좋았다. 박홍규님이 내가 지향하는 삶을 실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것을 실제로 본 것 같은 반가움을 넘어선 존경심이 들었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열등감도 작용을 했다는 그의 고백이 더욱 나에게 와 닿았다. 그리고 이제 그런 생활에 정착하신지 7~8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씀도 위로가 되었다. 어디든 편입되고 싶어하고 그게 주류 사회였음 더 좋겠는 나의 민낯이 고스라니 보이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이고 적극적인 고독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이처럼 살아서 여자 박홍규라는 얘기를 스스로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그러려면 어디서 이 사모님 같은 남자를 한 명 만나야 할텐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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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1-17 17: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이 제 전공 은사님이셨고 박홍규 선생님은 제 부전공(법학) 은사님이신대요. 직접 배웠고요. 뭔가 스탈이 확 반대 셨어요. 희안하게도 김종철 선생님은 고향인 서울로 가셨고 박홍규 선생님은 근무하던 학교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죠. 언젠가 김종철 선생님이 법학과 교양 영어를 지도하러 가셨는데 생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셔서 당시 법대 학과장 이셨던 박홍규 선생님이 뭐라 하셨나 봐요. 애들 영어나 가르치라고 ㅎㅎㅎ 근데 김종철 선생님도 부들부들 ㅋㅋㅋㅋ 그런 일화가 있었네요.

붕붕툐툐 2021-01-17 18:22   좋아요 1 | URL
오~ 진짜요? 이런 일화 너무 좋아요~😍
직접 배우셨다니 너무 신기 신기~ 이렇게 세상은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참 아름답죠?🤗🤗

박균호 2021-01-17 1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박홍규 선생님은 전공이 사회. 노동법 관련이에요. 그래서 아무래도 관심사가 사회 다방면으로 넓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많이 내시나 봅니다. 아무래도 고시와 관련이 없는 과목이다보니 선택하는 학생이 적어서 4명이서 교수님 연구실을 교실삼아 오손도손 노동법 강의를 들었네요.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 아닌 것에 대한 컴플렉스를 조금 가지고 계셨던 것으로 한 친구가 말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전공 또한 주류(형법, 민법, 헌법)이 아니고 노동법이라 그것 또한 비주류이시네요.

붕붕툐툐 2021-01-17 18: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이 책에도 그런 내용 나오는데, 컴플렉스가 나쁜 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본인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저의 컴플렉스를 더 잘 살펴보기고 수용하기로 결심했답니다!!
이렇게 아시는 분이 댓글을 남겨 주시니 박홍규 선생님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박균호 2021-01-17 1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건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 4명이서 강의를 듣고 있었거든요. 어느 겨울인데. 하필 그날 새로 산 책이 너무 재미난 거에요. 교수님 수업하시는데 그 책 보다가 혼찌검을 ㅠㅠㅠ ˝아니 넌 어떻게 선생이 강의를 하는데 ˝라며 부들 부들 ㅠㅠ
김종철 교수님은 당시 자가용 없이 버스를 타고 다니셨어요. 환경 생각하신다면서 ...건강 검진도 받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난 이런 시스템에 구속 받기 싫어. 죽을 때 되면 죽으면 되잖아 ! ˝하셨는데 정말로 갑자기 허무하게 그렇게 가셨습니다. ㅠㅠㅠㅠ

붕붕툐툐 2021-01-17 19:58   좋아요 2 | URL
ㅋㅋㅋ뭔가 엄격함이 느껴지는 일화네요~ 수업 시간에 책 읽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죠~ 다들 그렇게 크지 않나요?ㅎㅎㅎ
김종철 선생님이랑 저랑도 통하는게 많네요. 저는-능력이 안되서이지만-환경 생각해서 차는 없다고 말하고 있고요~ㅋ 건강검진도 별로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쪽이거든요~

scott 2021-01-17 20:22   좋아요 2 | URL
박작가님에 스승이신 두분에 일화 더듣고 싶을정도로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이런 일화들 한글자 한글자 전부 소중하네요.

붕붕툐툐 2021-01-18 09: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완전 소듕~😍

박균호 2021-01-17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종철 선생님 말씀이 몇 가지 기억 나는데요.

˝얘들아, 군대 생활은 실제 복무한 기간 뿐 만 아니라 군대 갈 걱정한 기간도 더 해야 해. 난 군대 생활을 5년 했어˝

˝오랜 만에 시골에 갔는데 우리 아이들이 화장실 가는 걸 참더라. 재래식이라서 적응이 안되는 거지. 난 옛날 생각도 나고 좋던데 말이야˝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세계 최대의 무슨 불상인가 석불인가가 들어선다는구나. ‘세계 최대란다. 세계 최대. 점점 동화사에 가기 싫구나˝

˝우리 대학에 고시원을 없애야 해. 왜 학생 개개인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교육비가 고시 준비하는 법대생에게 턱도 없이 많이 투입되느냔 말이지 ˝

얄라알라 2021-01-18 03:14   좋아요 2 | URL
베트남전에서 미군 의가사 제대 이유 중 하나가 변비(재래식 화장실을 아예 안 가려고 참다가)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두 번째 에피소드 말씀에서 겹치네요.

붕붕툐툐 2021-01-18 09:27   좋아요 1 | URL
김종철 선생님 멋진 분이시네요~ 녹색평론은 종종 읽었지만, 한 인물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지는 몰랐어요~ 균호님 덕분에 알게 되어 감사하네용~~

붕붕툐툐 2021-01-18 09:28   좋아요 1 | URL
북사랑님, 웃겨요~ 미군들에겐 진지한 문제였겠지만요..ㅋㅋㅋㅋ

scott 2021-01-17 20: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동화사 에피소드 ㅋㅋ 마지막 문장은 공감합니다.박작가님 지금 당장 노트 펜 들과 스승님댁으로 찾아가셔서 대담집 한권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