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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
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그녀들의 이야기(Herstory)는 치장의 역사였다. 그 시대(16세기 ~ 20세기 초) 그 곳(프랑스, 독일, 영국)의 여성들은 왜 치장을 했을까? 그것은 ‘성’을 획득하기 위한 제일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성'인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본능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모든 생물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이 번식을 위해 새들은 노래하며, 반딧불은 자신의 몸을 밝히고 있으며, 공작은 화려한 꼬리날개를 펼쳐 보인다. 그런데 노래하고, 몸을 밝히고, 몸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아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쉽게 말해서 포식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켜 포식자의 먹이가 되어버릴 위험이 따르는 행동이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이 동물들에게 중요한 것은 번식 즉, 성에 있기에 이를 얻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다만 이 동물들과 인간이 다른 것이라고는 이렇게 노래하고, 몸을 밝히고, 화려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 수컷이다. 다른 동물들은 성선택의 주체는 바로 암컷이다. 하지만 인간은 암컷만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선택의 주체는 남성이다. 반면 여성의 힘이 커진 요즈음은 남성들이 치장을 하기도 한다. 그의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꽃미남인 것이다. 꽃미남은 여성 상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것이다.
여성의 치장 역사에서도 보면 인간의 암컷은 아름다움을 위해 건강까지도 버렸다. 얼굴이 하얗게 보이려고 수은까지도 얼굴에 발랐던 것이다. 그녀들은 얼굴에만 치장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의복이 자기 표현 수단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의복은 하나의 포장 수단으로 의복 안에 있는 내용물인 몸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한 가식적이고 과장된 치장이 바로 의복이 상징하는 바다. 그렇다면 몸의 어떤 가치를 보여주기 위함인가? 생식의 기본 요소인 임신과 수유를 위한 부분을 강조한 것이 서양 근대 여성복의 역사였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골반과 가슴을 크게 보이게 하려고 개미 허리를 만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의복은 '여성의 관능'을 위한 것이라고 꼭 집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여성의 모습을 캐리커처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그 시대의 상황을 읽어주고 있다. “캐리커처의 어원은 ‘과장된 것, 왜곡된 것’ 등의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caricatura’에서 나온 말로 풍자화 희화 만화 등도 캐리커처의 일종이다. 대개 조소(嘲笑) 우의(寓意) 등을 수반한 과장된 표현으로 시국을 풍자하고 권위에 반항하며 위선을 폭로하는 등의 성격을 띤다.”고 사전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있는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는 치장의 역사였고, 성을 획득하기 위한 성 풍속사였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남성을 획득하기 위한 전쟁터에서 주변의 여자들은 모두 적군인 것이다. 그들을 누르고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무엇이 필요한 것이다. 즉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성의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복이나 장신구, 헤어스타일들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한마디로 "늘! 새롭게"란 표현을 쓰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대량생산에 발 맞추어 이 책의 흐름 중에 하나인 '모드'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드의 형태는 '여성의 성적 특성을 나타내는 육체의 선을 잘 드러내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가슴, 허리, 엉덩이'의 비 이상적인 과장된 조합이 바로 그것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의 고유 의상은 이러한 서양의 표현형과는 전혀 다르다. '가슴, 허리, 엉덩이' 선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또 지금도 원시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아마존과 같은 오지의 부족들의 벗은 모습에서도 서양과 같은 과장은 나타나지 않는데, 그 이유를 저자는 "문화가 발달한 백인 민족에게는 여성의 가슴이 매력의 본질이고, 잘 발달한 가슴을 여성의 육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으로 인식했다"고 한 슈트라츠(L. Stratz)의 서술을 인용하고 있다. 이 책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서술한 책이라 인종차별적인 오리엔탈리즘이 눈에 띄는 장면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도 여자들은 자신의 가슴을 강조하기 위해 뽕브라를 하고 있다. 이는 이 책에서와 같이 서구 지향의 미적 기준에 우리도 빠져 있음을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다.
"여성들의 노출은 관능적인 매력을 남성들에게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에 아마도 페미니스트들은 발끈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말은 영원한 진리로 생각이 된다. 짝을 찾기 위해 치르는 비용은 획득하는 가치에 비하여 항상 적은 것이니 말이다. '비용이 클수록 획득되는 가치도 크다'라는 말이 항상 진리이기에 '모드'는 21세기에 이 땅에서도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다.
시대마다 나라마다 그 시공간에 지배적인 정치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헤어스타일에서부터 구두의 모습까지 그 형태는 수도 없이 변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관능미'였다. 모든 패션 모드의 목적은 바로 섹스어필이었음은 21세기 한국에서도 동일하다. 여성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아름답다'는 말보다 오히려 '섹시하다' 말이라고 하니 말이다.
16세기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독일, 영국의 500여 장의 캐리커처를 통해서 그 시대의 여성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대체되는 시기였으며, 또한 절대 왕정이 무너지고 시민 사회가 탄생하는 등 변화가 많은 시대였다. 그런 정치 경제적인 격변기에 역시 여성의 복장이나 치장도 크게 변화했다는 것을 독자들은 글과 캐리커처를 통해서 알아낼 수가 있다. 이것이 이 책 1장에 나와 있는 여성의 성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2부에서는 여성의 일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캐리커처로 표현이 되어있으나 캐리커처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초기의 캐리커처는 주로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삼았으나. 후기로 가면서 캐리커처의 대상은 최고 계층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이 시기 시민계급의 탄생에 따른 시민의식의 향상과 언론의 자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서양근대의 여성 풍속사에는 이처럼 정치적, 경제적인 변화에 따른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그들의 진솔한 삶이 투영되어 있다. 과장된 면은 있을지언정 그 삶의 본질은 그 안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시대 유럽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그들은 낮은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 결혼은 필수적이었던 것이고, 성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로 여성의 정숙함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이 금기를 깨기 위해 투쟁했던 것이 바로 부정이었던 것이다. 지금 시대에 말하는 성해방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것으로 느껴진다.
21세기인 지금 신문에서 우리는 캐리커처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정치가들의 모습인데, 정치가들의 모습은 항상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정치가들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복잡화된 현대사회의 모순과 불합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캐리커처의 존재의의는 크게 느껴진다.
이 책에 수록된 캐리커처에는 유명한 화가들도 만날 수 있다. 고야도 있고 툴루즈-로트랙도 비어즐리도 마네의 그림도 있어서 독자들에게 명화를 보는 즐거움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