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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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와 ‘다윈의 진화론’이 합쳐지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 USA Today

신간 <내추럴 셀렉션, Natural Selection>(지성사.2009년)에 대한 USA Today의 서평은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죠스’는 인간을 공격하는 바다의 괴물 상어를 말한다. 게다가 진화론을 합쳤으니, 이 책은 바다에 있는 어떤 동물이 진화해서 괴물이 된다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하지만 책을 실제로 읽어보면 USA Today의 평가는 책의 일부분만을 표현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인 ‘내추럴 셀렉션(Natural Selection)’은 말 그대로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은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탄생시킨 단어로, 현재 지구에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극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쉽게 말해 자연선택은 진화의 원동력을 말한다. 생명 세계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자연선택은 적응한 자만이 선택되어 생존하고 나아가 그 후손을 남긴다는 말이다.

지구의 환경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들은 멸종했다. 지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환경에 적응해왔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환경은 변하고 있다. 육지의 환경도 바닷속도 변하고 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파도소리만 유일하게 들리는 조용한 섬, 캘리포니아의 클라리타. 어느 날 그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다 생물이 바다로부터 뛰어올라 배 위로 떨어진다. 커다란 날개, 어마어마하게 큰 입, 뿔 달린 머리를 한 생물체는 지금껏 알려진 바 없는 동물이다. 이 동물은 바로 가오리였다.

가오리는 열대에서 극지방까지 널리 분포하며, 세계적으로 약 350종이 있다. 이 중 쥐가오리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것은 길이가 7.6미터 몸무게는 무려 2.3톤에 이를 정도로 크다. 바다에서 쥐가오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마치 새가 날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쥐가오리는 프랑크톤을 먹고 사는 아주 온순한 동물이다. 그런데 이들의 먹거리인 프랑크톤이 없어진다.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쥐가오리들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게 된다.

가오리는 보통 깊은 바다 밑바닥에 사는 동물이다. 그런데 먹이가 없어지니까 그들 가운데 일부가 해수면으로 올라오고 그들 중 일부는 나는 법을 배우기까지 한다. 이 부분에 이르면 독자들은 자연에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진화는 이렇게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소설로 읽어야 재미가 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이 내용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쥬라기 공원’이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부의 쥐가오리는 수많은 연습을 거치면서 하늘을 나는 방법을 배우고, 삶의 터전을 땅으로 옮긴다. 쥐가오리는 바다에서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육지의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슴과 곰, 나아가 인간까지도 죽인다. 이 새로운 괴물의 탄생을 지켜본 6명의 해양생물학자들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이 쥐가오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아주 영리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해서 인간의 지능만큼 영리한 포식자를 생각하면 된다. 이 포식자는 영리한 지능을 활용해서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을 사냥한다.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포식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쥐가오리와 학자들의 사투는 계속되고.....

저자인 데이브 프리드먼은 명문대학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하버드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사람이다.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기에 월스트리트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소설가의 길을 선택한다. 요컨대 저자는 대학시절에 생물학을 배우면서 가지게 된 지식과 자신의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쓴 책이 바로 이 책 <내추럴 셀렉션>이다. 600쪽이 넘는 긴 내용의 소설이지만 독자들은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 밤을 새우며 읽게 되리라. 필자가 그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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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한 예술가들 - 걸작 뒤에 숨은 예술의 경제학
오브리 메넨 지음, 박은영 옮김 / 열대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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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들 순수 예술은 돈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가들도 생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법. 돈과 무관하게 살 수는 없다. 신간 <돈을 사랑한 예술가들>(열대림.2009년)에 보면 많은 예술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작업을 하고, 또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등 재미있기도 하고 가슴이 아픈 사연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는 돈을 향한 욕망이 들어있었다. 그들의 위대한 작품을 만든 동기는 바로 돈이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생존 시에는 대부분 돈에 쪼들려 살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술가들이 돈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미켈란젤로와 같이 위대한 예술가도 끊임없이 돈이 부족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중세시대까지도 화가는 장인에 속했다. 이를테면 수공업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과 같이 취급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들 나름대로 길드를 만들어서 미술작품을 생산하고 공급했다. 그러다가 르네상스 시대가 되면서야 그들은 흔히 말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종교와 왕, 귀족들이 그들의 후원자로 등장하게 된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화가들은 가난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고 모든 화가가 가난하지는 않았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활동한 벨기에 화가 패터 파울 루벤스는 마케팅 전략을 잘 활용한 영민한 사업가였다. 책에 수록된 사례를 보도록 하자.

“주문이 전 유럽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1636년에는 스페인의 펠리페 4세가 많은 양의 그림을, 상당히 급히 주문했다. 루벤스는 이것들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는 그의 휘하에 전문 작업팀을 두었는데, 이탈리아에서 주로 소년들로 구성되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조직원은 대부분 상당히 실력 있는 화가들이었다. 루벤스는 탁월한 조직 통솔력을 발휘해 일을 분배했다. 누구는 의상 표현에 강하니까 성직자들의 가운을 그리게 하고, 또 누구는 배경을 그리게 하는 식이었다. 팀의 구성원들은 그런 식의 작업을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해냈다. 그것도 계속해서, 이렇게 해서 이 그림들은 제때에 생산 라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대형 캔버스에 그려진 56점의 작품이 놀랍도록 짧은 시간인 15개월 만에 완성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154~ 155쪽)

본문 내용은 루벤스는 자동차를 생산해내는 식의 분업방식을 통해 위대한 작품들을 생산했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루벤스가 짧은 시간이 많은 작품을 그려낸 것을 보고 그가 직접 그렸다는 것을 의심했을 터. 루벤스는 이 모든 작품을 자신이 직접 그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트릭을 부렸다. 그는 자신이 건축한 호화로운 집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부유한 구매자들을 초청해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하게 했다. 그리고는 이 감상회에서 루벤스 자신이 직접 화려한 색체로 6피트의 거대한 곡선을 직접 그리는 이벤트를 하곤 했다. 물론 그림 생산 팀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구매자들이 방문할 때에는 견습생들이 물감을 섞거나 붓을 들고 있게 했을 뿐이다. 게다가 루벤스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비서에게 편지를 받아쓰게 하거나, 좋은 책을 소리 내어 읽도록 함으로써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구매자들에게 그 많은 그림들을 자신이 직접 그렸다는 증거로 보이기 했다.

루벤스와 같은 경우는 드믄 사례였다. 많은 화가들이 돈으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미켈란젤로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돈은 자신이 이루어낸 온갖 눈부신 업적의 동인이었다.” 미켈란젤로의 경우를 보면 돈을 많이 벌기는 했지만 그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끊임없이 돈을 뜯어갔기에 자신은 가난하게 살았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는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기가 쉽지 않았던 사례가 소개된다. 특히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경우는 정말 가난과 사투를 벌인 삶이었다.

책에 소개된 모네의 편지를 한 편 보도록 하자.

“어느 때보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그저께부터는 땡전 한 푼 없는데, 푸줏간이나 은행에서도 전혀 외상을 주지 않네. 자네 혹시 20프랑쯤 대지급으로 보내줄 수 있겠나? 당분간은 그 정도로 도움이 될 것 같네만.”(마네에게 보낸 편지. 282쪽)

이 책에 소개된 모네의 경우를 보면 정말 불쌍한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나 마네와 같은 친구들이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는 장면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노년이 되어서 유명해진 모네의 모습을 보면 독자들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르네상스 시대에 많은 화가들은 귀족의 후원을 받았는데, 귀족들이 실상은 돈을 잘 주지 않았다는 부분에 이르면 예술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지만, 그들의 삶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흔히 성공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삶도 좌절의 나날이었다. 자주 돈이 떨어졌고, 풍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도 대단히 흥미롭다.

저자인 오브리 메넨은 런던에서 태어난 미술 분야의 저술가다. 이 책에 보면 인류의 역사 시대에 맞추어 예술의 변화를 설명해주고 있다. 책에는 역사와 예술, 그리고 인류학적 지식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이 들어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브리 메넨은 상당히 박식한 사람이다. 그리고 책 내용이 읽기에 아주 편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스토리 텔링에 예술 지식을 잘 담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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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세계 왕실의 20가지 비밀과 거짓말
피터 하우겐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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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1월20일 영국 국왕의 자리에 오른 에드워드 8세는 불과 11개월 만에 스스로 왕위에서 내려왔다. 미국 출신의 이혼녀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심프슨 부인이 어떤 여자였기에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렸을까? 지금까지도 이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다산초당.2009년)는 에드워드 8세의 미스터리 이외에도 왕실의 죽음과 스캔들 가운데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는 20가지가 소개된 책이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죽음 원인에서 시작해 책의 마지막은 영국 다이애나 비의 죽음까지 수록되어 있다. 책의 제목에서는 ‘세계사’라고 표현했지만, 유럽 왕실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유럽 이외 지역 내용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들어있을 뿐이다.

다시 에드워드 8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랑을 위해 부모나 조국을 배반하는 사람들은 보통 여자다.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의 의미란 목숨과도 바꿀 만큼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가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했다. 이건 정말 미스터리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사랑을 위해 왕의 자리를 포기한다. 그를 이렇게 만든 여자는 이혼 경력 두 번을 가지고 있었던 심프슨 부인이었다. 과연 심슨 부인이 어떤 여자였을까?

영국 역사상 자발적으로 왕위에서 물러난 사람은 에드워드 8세가 유일하다. 그는 왕위에서 물러나 윈저 공이 되었다. 그는 왕위를 내놓은 이유를 방송에서 이렇게 밝힌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국왕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의무를 다하기 버겁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에드워드 8세의 말은 그녀와 결혼해서 행복해야만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또 있다. 왕위에 있으면서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는 말인데. 이는 심프슨 부인은 미국인에다가 이혼 경력이 두 번이나 있는 여자였고, 이로 인해 영국 왕실이나 의회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8세를 사랑의 포로로 잡은 심프슨 부인은 아마 미인이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절세의 미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에 수록된 심슨 부인의 사진을 보면 여배우 메릴 스트립을 닮았다. 생김새에 반한 것도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 일단 저자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에드워드 8세의 성격에서 그 단서를 찾고 있다. 에드워드 8세는 조지 5세의 장남으로 태어난다. 왕실의 관례는 아이들 양육을 하인에게 맡겼기에 에드워드 8세는 유모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유모는 에드워드를 품에 안고 키우면서 할퀴고 꼬집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유모는 아이를 독차지하려고 조지 5세 내외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으며 에드워드를 부모에게 보여주기 직전에 할퀴고 꼬집었다고 한다. 아기가 엄마 아빠 앞에 가서 울고 보채도록 미리 손을 썼다는 말이다. 조지 5세 내외는 볼 때마다 유난히 칭얼대는 아이를 보고 당황해서 얼른 유모에게 돌려주었다. 이는 바로 유모가 바라던 바였다. 이런 면이 인성발달에서 영향을 끼쳤으리라 볼 수 있다.

에드워드가 왕세자 시절 누구나 그 앞에서는 깍듯이 ‘경’이라는 호칭을 써야 했다. 그런데 유독 심프슨 부인은 왕세자의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만 부르던 ‘데이비드’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사람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대했다고 한다. 심프슨 부인은 왕세자 집안의 살림뿐 아니라 왕세자까지도 마음대로 주물렀다. 게다가 왕세자를 함부로 대했다고 하는데, 왕세자는 심프슨 부인의 그런 태도를 좋아했다고 한다. 요컨대 심프슨의 마조키즘적인 태도를 에드워드 8세가 즐겼다는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다이애나 비의 죽음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다이애나 비는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식부터 시작해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세례를 받은 사람이다. 다이애나 비가 죽은 지 이미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뚜렷이 남아 있다.

다이애나 비가 사망당시 같은 차에 타고 있었던 애인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영국 비밀요원들이 두 사람을 죽이려고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모하메드는 살해교사자로 에든버러 공 필립을 지목했다. 찰스 왕세자의 전 부인이자 윌리엄 왕자의 친모인 다이애나가 이집트 인이자 이슬람교도인 도디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을까봐 필립 공이 미리 손을 썼다고 주장했다. 필립 공은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이자 영국 왕실의 후계자인 찰스 왕세자의 아버지다. 이런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에 보면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암살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 사고차를 운전한 사람인 폴이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운전사인 폴은 파예드의 차를 몬 기사가 아니라 그날만 특별히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었다. 여러 증거를 볼 때 살인으로 몰아붙이기에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무튼 아직도 그녀의 죽음은 미스터리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나폴레옹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제정 러시아 마지막 공주였던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는 여인의 이야기 등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인 피터 하우겐은 대학 강사이자 언론인이다. 그는 유럽 왕실에 있어서 여러 의문이 남아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많은 역사 자료와 함께 해당 사람의 전기 등 수많은 책을 보고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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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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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있어서 사회적 지위와 재산은 좋은 여성을 만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법칙이다. 그렇다면 여자 입장에서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당연히 젊음과 아름다움이다. 이 조건도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여성은 미모 하나만으로도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어떤 권력보다 강하다.

짝 찾기에 관한 세상 법칙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 없는 법칙은 없는 법. 신간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예담.2009년)는 이 예외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가 박민규는 독특한 스타일의 저자라고 말해진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보여준 마이너리티의 세상은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그가 이번에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통해 다시 한 번 파격적인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책의 제목과 책 표지 그림이 독특하다. 책 제목과 표지 그림이 책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책의 표지 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이다. 그림 가운데는 스페인의 마르가리타 공주가 있고, 주변에는 공주 시중들고 있는 시녀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의 우측 하단에는 개가 앉아 있고 그 뒤에는 추녀가 서있다. 얼굴과 몸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 정도다. 팔과 다리가 짧아 보이는 모습은 아마도 난쟁이가 아니가 하고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은 작곡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따왔다. 라벨이 이 곡을 작곡할 때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의 화자인 나는 20살 생일에 여자 주인공으로부터 이 곡이 담겨진 LP판을 선물로 받는다. 그의 아버지는 뒤늦게 유명배우가 된 잘 생긴 남자였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닮아서 잘 생겼다. 그러나 못생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헌신만 하다가 아버지가 유명해지자 버림을 받는다. 주인공은 못생긴 여자의 비극을 어머니를 통해서 깨닫는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은 그곳에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못 생긴 여자를 만난다. 그는 여자에게 따스한 손을 내민다. 여자 입장에서는 난생처음 남자로부터 따듯한 관심을 받는다. 남자의 이런 행동이 진심일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만 일관된 남자의 행동에 그녀는 감동하고 만다.

책의 내용은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고 의문이 들 정도로 잘 생긴 남자와 아주 못생긴 여자가 사랑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했던가? 여자는 그를 떠나고,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에게 사고가 발생한다. 긴 세월이 흐르고 그는 그녀를 찾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녀가 멀리 독일에서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그녀를 만나러 그곳으로 떠난다.

책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이 느끼는 그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자들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이 저려오고, 또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도 생기리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여자에게만 기회와 찬사가 주어지고 못 생긴 여자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야만 할까?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이 세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박민규는 우리가 ‘외모 지상주의’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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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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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나온 지 사 년 만에 한비야의 신간이 나왔다.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2009년)다. 책 제목이 이전의 책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전에 한비야의 책에서 그녀는 오지 여행이나 긴급구호팀장으로 강인한 모습을 선보였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제목부터 말랑말랑하다. 게다가 표지 사진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도 달라졌다. 이 책에서 한비야는 여전사의 모습을 벗어 던졌다. 한비야도 여성스러울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비야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우리는 제일 먼저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녀가 유명해 진 이유가 바로 여행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행가가 되기 전에는 다국적 기업에서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그녀는 여행을 위해 좋은 직업을 가볍게 그만둔다. 또한 여행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중국으로 간다. 단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월드 비전 구호팀장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항상 새로운 세계를 추구해왔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멋지게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멋졌다. 이번 책에서 한비야의 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들어가는 글에 보면 이 책의 특징에 대해서 저자의 설명이 나온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속마음을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여러분은 이 책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나의 맨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다.”(8쪽) 그녀는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도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여성이었다. 월드비전 친선 대사인 탤런트 김혜자 씨와 함께 4년 전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 갔다. 40시간이 넘는 비행에 녹초가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당일 시에라리온의 정부 관리들과 만날 약속이 있었다. 피곤도 하련만 김혜자 씨는 샤워를 한 후 하얀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고 은은한 장미향이 나는 향수까지 뿌리고 나타난다. 그러나 한비야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그녀에게 김혜자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전하는 얘기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전달하는 사람은 매력적이어야 해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매력적이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말아야 해요.”(44쪽) 김혜자씨는 심리학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김혜자 씨는 한마디 더 한다. “얼굴은 매력적일수록 좋아요. 여성의 매력을 그런 데 쓰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비야 씨는 이미 충분히 여자답고 매력적인데도 의도적으로 그걸 감추는 것 같아요. 나는 그게 늘 안타까워요. 조금만 멋을 부리면 얼마나 좋을까?”(45쪽) 드디어 한비야는 ‘여전사’에서 ‘여인’으로 별신을 꿈꾸게 된다.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나다가 헤어졌던 사람을 20여년 만에 만난 장면에서 그녀는 성숙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낸다. 또 자신의 힘든 생활을 신앙으로 위로받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면도 보기에 좋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그녀는 24권의 책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종교영성 분야에는 그녀가 가톨릭 신자임에도 불교와 이슬람 서적도 포함시키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구호 개발 분야에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빈곤의 종말>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교양서적으로는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장미의 이름>. 마지막으로 고전 분야는 <데미안>, <그리스인 조르바>, <열하일기>를 추천하고 있다. 아마 한비야의 영향력 덕으로 이 책들이 많이 팔려나가리라고 생각이 든다.

이제 그녀는 또다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몸담아 왔던 월드비전을 떠난다. 그녀의 특기가 자리를 잡으면 떠나는 것 아니던가. 그녀는 올 9월 미국으로 유학을 간하고 말한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 대학교에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 과정으로 입학한다. 그녀는 그곳을 졸업하고는 어떤 모습을 나타날까. 유학 후 그녀의 변신이 기대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만은 아니리라. 그녀는 더욱 여성스러워지지 않을까? 그녀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더욱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런 한비야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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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8-0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좋으네요. 오라버니.^^

뒷북소녀 2009-08-1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환님 축하드려요^^ (적립금이 줄어서 조금 아쉬워요)

릴리 2009-08-2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