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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평점 :
“‘죠스’와 ‘다윈의 진화론’이 합쳐지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 USA Today
신간 <내추럴 셀렉션, Natural Selection>(지성사.2009년)에 대한 USA Today의 서평은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죠스’는 인간을 공격하는 바다의 괴물 상어를 말한다. 게다가 진화론을 합쳤으니, 이 책은 바다에 있는 어떤 동물이 진화해서 괴물이 된다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하지만 책을 실제로 읽어보면 USA Today의 평가는 책의 일부분만을 표현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인 ‘내추럴 셀렉션(Natural Selection)’은 말 그대로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은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탄생시킨 단어로, 현재 지구에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극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쉽게 말해 자연선택은 진화의 원동력을 말한다. 생명 세계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자연선택은 적응한 자만이 선택되어 생존하고 나아가 그 후손을 남긴다는 말이다.
지구의 환경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들은 멸종했다. 지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환경에 적응해왔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환경은 변하고 있다. 육지의 환경도 바닷속도 변하고 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파도소리만 유일하게 들리는 조용한 섬, 캘리포니아의 클라리타. 어느 날 그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다 생물이 바다로부터 뛰어올라 배 위로 떨어진다. 커다란 날개, 어마어마하게 큰 입, 뿔 달린 머리를 한 생물체는 지금껏 알려진 바 없는 동물이다. 이 동물은 바로 가오리였다.
가오리는 열대에서 극지방까지 널리 분포하며, 세계적으로 약 350종이 있다. 이 중 쥐가오리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것은 길이가 7.6미터 몸무게는 무려 2.3톤에 이를 정도로 크다. 바다에서 쥐가오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마치 새가 날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쥐가오리는 프랑크톤을 먹고 사는 아주 온순한 동물이다. 그런데 이들의 먹거리인 프랑크톤이 없어진다.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쥐가오리들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게 된다.
가오리는 보통 깊은 바다 밑바닥에 사는 동물이다. 그런데 먹이가 없어지니까 그들 가운데 일부가 해수면으로 올라오고 그들 중 일부는 나는 법을 배우기까지 한다. 이 부분에 이르면 독자들은 자연에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진화는 이렇게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소설로 읽어야 재미가 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이 내용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쥬라기 공원’이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부의 쥐가오리는 수많은 연습을 거치면서 하늘을 나는 방법을 배우고, 삶의 터전을 땅으로 옮긴다. 쥐가오리는 바다에서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육지의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슴과 곰, 나아가 인간까지도 죽인다. 이 새로운 괴물의 탄생을 지켜본 6명의 해양생물학자들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이 쥐가오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아주 영리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해서 인간의 지능만큼 영리한 포식자를 생각하면 된다. 이 포식자는 영리한 지능을 활용해서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을 사냥한다.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포식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쥐가오리와 학자들의 사투는 계속되고.....
저자인 데이브 프리드먼은 명문대학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하버드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사람이다.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기에 월스트리트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소설가의 길을 선택한다. 요컨대 저자는 대학시절에 생물학을 배우면서 가지게 된 지식과 자신의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쓴 책이 바로 이 책 <내추럴 셀렉션>이다. 600쪽이 넘는 긴 내용의 소설이지만 독자들은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 밤을 새우며 읽게 되리라. 필자가 그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