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세계 왕실의 20가지 비밀과 거짓말
피터 하우겐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1936년1월20일 영국 국왕의 자리에 오른 에드워드 8세는 불과 11개월 만에 스스로 왕위에서 내려왔다. 미국 출신의 이혼녀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심프슨 부인이 어떤 여자였기에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렸을까? 지금까지도 이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다산초당.2009년)는 에드워드 8세의 미스터리 이외에도 왕실의 죽음과 스캔들 가운데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는 20가지가 소개된 책이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죽음 원인에서 시작해 책의 마지막은 영국 다이애나 비의 죽음까지 수록되어 있다. 책의 제목에서는 ‘세계사’라고 표현했지만, 유럽 왕실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유럽 이외 지역 내용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들어있을 뿐이다.

다시 에드워드 8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랑을 위해 부모나 조국을 배반하는 사람들은 보통 여자다.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의 의미란 목숨과도 바꿀 만큼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가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했다. 이건 정말 미스터리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사랑을 위해 왕의 자리를 포기한다. 그를 이렇게 만든 여자는 이혼 경력 두 번을 가지고 있었던 심프슨 부인이었다. 과연 심슨 부인이 어떤 여자였을까?

영국 역사상 자발적으로 왕위에서 물러난 사람은 에드워드 8세가 유일하다. 그는 왕위에서 물러나 윈저 공이 되었다. 그는 왕위를 내놓은 이유를 방송에서 이렇게 밝힌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국왕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의무를 다하기 버겁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에드워드 8세의 말은 그녀와 결혼해서 행복해야만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또 있다. 왕위에 있으면서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는 말인데. 이는 심프슨 부인은 미국인에다가 이혼 경력이 두 번이나 있는 여자였고, 이로 인해 영국 왕실이나 의회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8세를 사랑의 포로로 잡은 심프슨 부인은 아마 미인이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절세의 미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에 수록된 심슨 부인의 사진을 보면 여배우 메릴 스트립을 닮았다. 생김새에 반한 것도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 일단 저자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에드워드 8세의 성격에서 그 단서를 찾고 있다. 에드워드 8세는 조지 5세의 장남으로 태어난다. 왕실의 관례는 아이들 양육을 하인에게 맡겼기에 에드워드 8세는 유모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유모는 에드워드를 품에 안고 키우면서 할퀴고 꼬집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유모는 아이를 독차지하려고 조지 5세 내외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으며 에드워드를 부모에게 보여주기 직전에 할퀴고 꼬집었다고 한다. 아기가 엄마 아빠 앞에 가서 울고 보채도록 미리 손을 썼다는 말이다. 조지 5세 내외는 볼 때마다 유난히 칭얼대는 아이를 보고 당황해서 얼른 유모에게 돌려주었다. 이는 바로 유모가 바라던 바였다. 이런 면이 인성발달에서 영향을 끼쳤으리라 볼 수 있다.

에드워드가 왕세자 시절 누구나 그 앞에서는 깍듯이 ‘경’이라는 호칭을 써야 했다. 그런데 유독 심프슨 부인은 왕세자의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만 부르던 ‘데이비드’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사람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대했다고 한다. 심프슨 부인은 왕세자 집안의 살림뿐 아니라 왕세자까지도 마음대로 주물렀다. 게다가 왕세자를 함부로 대했다고 하는데, 왕세자는 심프슨 부인의 그런 태도를 좋아했다고 한다. 요컨대 심프슨의 마조키즘적인 태도를 에드워드 8세가 즐겼다는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다이애나 비의 죽음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다이애나 비는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식부터 시작해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세례를 받은 사람이다. 다이애나 비가 죽은 지 이미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뚜렷이 남아 있다.

다이애나 비가 사망당시 같은 차에 타고 있었던 애인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영국 비밀요원들이 두 사람을 죽이려고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모하메드는 살해교사자로 에든버러 공 필립을 지목했다. 찰스 왕세자의 전 부인이자 윌리엄 왕자의 친모인 다이애나가 이집트 인이자 이슬람교도인 도디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을까봐 필립 공이 미리 손을 썼다고 주장했다. 필립 공은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이자 영국 왕실의 후계자인 찰스 왕세자의 아버지다. 이런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에 보면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암살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 사고차를 운전한 사람인 폴이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운전사인 폴은 파예드의 차를 몬 기사가 아니라 그날만 특별히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었다. 여러 증거를 볼 때 살인으로 몰아붙이기에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무튼 아직도 그녀의 죽음은 미스터리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나폴레옹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제정 러시아 마지막 공주였던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는 여인의 이야기 등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인 피터 하우겐은 대학 강사이자 언론인이다. 그는 유럽 왕실에 있어서 여러 의문이 남아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많은 역사 자료와 함께 해당 사람의 전기 등 수많은 책을 보고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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