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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사냥 - 나카지마 아쓰시 단편선
나카지마 아쓰시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19년 3월
평점 :
일본인 작가가 쓴 한국 배경의 소설이라는 자체가 흥미롭다. 동시에 일제 강점기 조선시대라는 상황은 자칫 분위기를 무겁게 몰아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랑이 사냥이라는 소재는 호기심을 불러내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그래서 정말 호랑이를 사냥한다고? 그래서 어떻게 한다고?’ 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앉혀두고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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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 두 권을 읽은 지 한 달이 거의 다 돼가는데,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많이 흘렀다.
디자인 책인 마냥 아담한 사이즈에 표지가 예쁘고 두께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쉽게 읽어버릴 단편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 반대였다. 어떤 대목은 두세 번 읽고 나서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의식을 겨우 알아차리곤 했는데 그건 아마도 이야기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 나에게는 낯설어서 그랬을 거다.
평범한 책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아무에게나 책을 꼭 사서 읽어보라는 추천을 하기에는 아리송하다.
하지만 내가 책 선물을 하자면 고민의 여지없이 두 권을 함께 묶어 기꺼이 선물할 수 있는 책이다.
늘 읽던 책의 성향을 조금 벗어난 유니크하면서도 평범한, 보통의 에세이 같으면서도 독특한 소설을 읽는 기분은 신선할 테니.
18~19일 언저리의 달이 럭비공과 비슷한 모양으로 차가운 하늘에 서려 있었다.
대체 뭘까. 도대체 강한 게 뭐고, 약한 게 뭐야?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쓰러져있는 호랑이의 몸집은 몸통만 해도 5척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그때는 이미 하늘도 밝아지고 주변 나뭇가지 끝 색깔도 어렴풋이 구분이 가능한 시점이어서 눈 위에 내던져진 황색에 검은 줄무늬는 뭐라 말로 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것이 실수의 원인이었다. 감각이나 감정이라면 희미해지는 일은 있어도 혼동하는 경우는 없을 텐데, 말이나 문자의 기억은 정확하기는커녕 자칫하면 말도 안 되는 다른 것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다.
#호랑이사냥 , 1934
사실 최근 들어 그의 마음은 ‘뭔가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것 같은, 이유 없이 안절부절못하는 상태였다. 완수할 수 없는 의무가 주는 압박감이 언제나 머리 한구석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듯했다. 하지만 그 묵직한 압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따져볼 생각은 없었다. 아니, 두려웠다. 스스로 자신을 각성하는 게 두려웠다. 스스로 자신을 자극하는게 무서웠다.
#순사가있는풍경 , 1929
춥기보다는 아팠다. 몸속에서 심장 외의 모든 것이 얼어 죽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순사가있는풍경 ,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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