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게 꽤나 오랜만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뭔가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순전히 기분 탓이겠지만 말이다. 명절도 명절이지만 연휴를 전후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까닭에 나이가 들수록 명절은 그저 부담만 될 뿐 홀가분하고 설레던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는 듯하다. 명절 연휴도 다 지났고 2월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요즘, 볼에 와닿는 바람은 제법 부드러워졌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계졀은 바야흐로 봄 쪽으로 살짝 기울어지지 않았을까.
평창 동계 올림픽도 얼추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작과는 달리 제법 안정을 찾았구나 싶으니 벌써 끝이라고 하니 살짝 서운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여자 컬링팀과 걱정했던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선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쇼트트랙 선수들,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가슴 뭉클했던 우정 등 볼거리도 많았다. 물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선수들과 빙상연맹이 보여준 고질적인 파벌주의와 헬멧에 그려진 노란리본을 문제삼았던 어느 무식한 기자의 흠집내기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그 정도면 무난한 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올림픽도 올림픽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미투 운동이 아닐까 싶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문학계와 연극계를 넘어 관행처럼 이어져 온 남녀차별과 부족한 성의식의 차원으로 번질 기세다. 당연히 치뤄야 했던 혼란이고 한번쯤 곪아 터져야 했던 종양이 아닐까. 자신의 치욕적인 경험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는 처음 한 사람에게만 필요했을 뿐 다음, 그 다음 사람에게는 약간의 결단만으로 족했을 터, 부당했던 관행에 대한 고발은 들불처럼 번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지금은 그저 시작일 뿐, 드러나지 않은 일들과 앞으로 누군가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질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일을 계기로 세상은 또는 역사는 그렇게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