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무 자르듯 싹둑 단칼에 잘라버리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도 결정을 미룬 채 마냥 뭉개고 앉아 있다가 결국 손해를 본 후에야 비로소 등 떠밀려 결정을 하게 될 때, 마음속으로는 '이제 다시는 그러지 말자' 결심하지만 개 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처럼 같은 실수를 번번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나에 대하여 항상 비난의 말만 있는 건 아니고 이따금 '인간적이다'고 말해 주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내 앞에서 하는 말이니 속마음은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반대로 좋은 점도 있다. 한 번 들인 습관은 싫다 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그렇다. 사람 관계도 단박에 끊어야 할 시점에 끊지 못하면 때로는 손해를 본다는 걸 잘 알지만 그게 참 어렵다.
제1야당의 대표가 자신을 성희롱자로 보도한 모 방송국의 '당 출입금지 및 부스 제거, 당 소속 의원 및 당직자 등 취재거부, 해당 언론 시청거부 운동 독려'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민들의 지지와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언론의 도움이 절실할 텐데 그런 손익 계산과 상관없이 단칼에 내려칠 수 있는 그의 결단력이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아침에 잠깐 눈발이 날리더니 지금은 쨍하니 개었다. 바람이 불고 체감온도마저 뚝 떨어진 주말 오후, 인근의 칼국수집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들어왔다. 밥 짓는 것도 귀찮은 휴일 오후, 식당에는 가족 단위 외식객이 대부분이었다. 가리는 음식도 없지만 딱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는 나는 음식 선택에 있어서도 때로는 애를 먹는다. 사는 게 만만치 않구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음식 선택 가지고 사는 문제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그렇지가 않다. 거의 매일 하루 한 끼 이상을 사 먹다 보면 음식 선택이 무슨 대학수능시험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진다. 내가 우유부단해서 그런가?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