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발걸음이 간신히 발만 떼었을 뿐 길게 뻗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개는 갑자기 끼어든 다른 생각이 처음 생각을 가로막거나 급하게 처리할 일 때문에 생각에 방해를 받거나 하는 경우이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생각의 발걸음을 원하는 곳까지 길게 이어가는 게 두려운 경우가 그러하지요. 생각의 발걸음이 최종적으로 멈추는 지점에서 내가 느낄 좌절이나 속절없음이 지레 겁나고 두렵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가족 중 누군가가 회복할 수 없는 중병에 걸렸다거나 팍팍한 살림살이와 나아지지 않는 형편으로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 문득 떠오르는 생각도 더이상 진전시키지 않은 채 생각 자체를 아예 닫아버리게 되지요.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는 으레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지 않나 싶지만 최근에 보도된 끔찍한 뉴스를 보면 차마 그런 말을 쓸 수조차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불에 담뱃불을 끄는 바람에 옮겨 붙은 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세 명의 아이들과 조현병을 앓던 엄마가 어린 두 자녀를 아파트 밖으로 내던지고 자신도 투신하였다는 기사 등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우리는 생각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생각을 멈추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선천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친구들에게 이따금 실없는 농담을 하곤 합니다.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워낙 지은 죄가 많아서 취하지 않은 말짱한 정신으로 내 삶의 모든 순간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라는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차마 바라볼 수 없는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술에 취해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감거나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너희들이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말이죠.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즐거운 생각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