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시작하는 이맘때면 몸도 마음도 으레 바쁘다. 딱히 할 일이 많아서 시간에 쫓긴다기보다는 뭔가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새해라고 다들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데 나만 혼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지나친 우려가 그렇게 만드는 듯도 싶다. 이런 까닭에 잠을 충분히 잔 듯한 날도 여전히 피곤하고 온몸이 녹작지근한 밤에도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하루 종일 눈발이 날렸다. 조금 그치는가 싶다가도 내다보면 어느새 눈발이 흩날리고 그러다가 반짝 해가 나기도 했다. 남과 북의 협상 대표단이 2년만에 얼굴을 마주한 오늘, 지난 정부의 실정으로 어수선했던 나라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는 느낌이다. 일본과의 어처구니없는 위안부 협상도, UAE와의 외교문제도 이제야 서서히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이처럼 산적했던 문제들이 조금씩 풀려갈 때마다 선거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지도자 하나 잘못 뽑는다고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던가 반성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다.

 

뉴욕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체감온도 영하 70도라는데 어떻게 지내고 잇는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갇혀 지내는 신세라고 했다. 얼마나 춥고 바람이 거센지 나갈 수도 없다고 했다.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듯한 느낌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동식물이 죽어나가고, 사하라 사막에는 폭설이 내리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이 지구 환경을 이토록 나쁘게 만들지 않았을까.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되돌아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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