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뭔가 꽉 막힌 듯 답답하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이다. 미리 정해진 선약도 그 장소가 집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그쪽에서 여기로 와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쪽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늘을 제외하면 2017년도 이제 만 하루가 남았다. 늘 그렇지만 올해도 역시 정신없는 한해였다. 살아간다기보다 살아지는 채로 세월에 끌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한번뿐인 삶인데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이따금 나는 도움이 될 만한 책도 뒤적여보고, 성직에 계신 스님이나 신부님도 무시로 찾아 도움을 구해보지만 그것도 그때만 반짝 머리에 들어올 뿐 정작 필요한 일상의 변화를 유도하지는 못한다. 내 삶의 여유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겠지, 저으기 안심이 되기 때문인데 그것도 역시 내 마음에 두텁게 자리 잡은 게으름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어느 한 순간을 기점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 그런 마디가 존재한다는 건 참으로 다행이지 뭔가. 나처럼 게으른 인간에게도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 말이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속이 빈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돌이켜보면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열여섯 살의 이른 나이부터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일을 했던 혼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가 한 말이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어제 방학을 했다.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 98점, 기말고사 성적은 평균 99점이란다. 남들이 들으면 놀라운 성적이라며 부러워하겠지만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들이 시험 문제를 너무 쉽게 출제한다는 푸념이다. 숫제 공부를 하지 않거나 꾸지람을 면할 정도로 적당히 하고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니 공부를 할 리가 없지 않겠느냐는 게 아내의 주장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축하할 일이 있었다. 문학동네출판그룹에서 주최하는 연말 결산 리뷰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던 것.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얼떨결에 참가한 글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기쁨은 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 보면 삶은 이러한 우연의 연속이다. 2018년의 우연이 자못 궁금해진다. 아듀,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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