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게 있다. 오늘의 날씨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침 최저기온과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새벽 운동을 나갈 때 챙겨 입어야 할 옷의 두께와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하려면 귀찮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오늘처럼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거나 연일 춥던 날씨가 갑자기 푸근해진 아침에 전날 기준으로 옷을 입었다가는 여간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 산길을 걷는 내내 등을 구부리고 몸을 잔뜩 움츠리게 되거나 더워서 코트의 앞섶을 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온의 변화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잘만 확인하면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이나 장갑 등을 활용하면 추위나 더위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날씨는 나 스스로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는 애기다. 문제는 미세먼지이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날이면 운동을 나가야할지 말아야할지부터가 고민이다. 마스크를 쓰고 산을 오르는 것도 곤욕이지만 마스크가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줄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면 호흡도 가쁘고 기분도 영 좋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미세먼지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미세먼지를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지 싶다. 통제 가능한 날씨와 통제 불능의 미세먼지.

 

우리가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꼴통 짓에 분개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이 나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한데 나는 도무지 그의 행동이나 말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답답한 노릇이 또 있을까.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불거진 심 모 국회부의장의 뜬금없는 막말도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하게 했다.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던 그는 이번 막말로 인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잘 짜여진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불만이 많은 듯 보였던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 윤석렬 서울지검장을 내란죄와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지지하는 대다수의 국민들 또한 내란죄로 고발해야 마땅하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누드사진을 검색하다가 기자에게 딱 걸려서 자신의 존재감을 전국에 알렸던 그였지만 너무 오랫동안 존재감이 없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다선 국회의원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의자로 치안본부 특수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받은 바 있는 그가 자신있게 내뱉을 수 있는 죄명은 오직 '내란죄'밖에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없거나 자신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어떤 일이나 대상은 필연적으로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정치인의 막말이나 꼴통 짓은 미세먼지보다도 더 심한 화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미세먼지는 그나마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정치인의 막말이나 꼴통 짓은 도무지 통제 불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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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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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2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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