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던 하루였습니다. 휴대전화에 뜬 재난문자는 규모 5.5의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했다는 내용이었고, 재난문자를 받고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많은 문자가 오갔으니까 말이죠. 속수무책의 이런 재난을 겪을 때마다 인간은 자연 앞에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문득, 하느님을 노하게 하는 어떤 일을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저질렀던 건 아닌지 급 반성 모드로 돌아서게 되지요. 서울의 규모가 큰 어느 교회의 목사가 자신의 아들에게 담임 목사 자리를 세습하는 바람에 하느님이 대로하신 건 아닌지, 각종 부정부패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지난 정권의 잘못 때문은 아닌지, 그런 잘못에도 불구하고 '나는 죄가 없다' 뻗대며 정치보복으로 몰고가는 소망교회의 어느 장로 때문은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스쳐갑니다.
오늘 아침, 제가 운동을 나서는 새벽 5시 30분만 하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참으로 고요했습니다. 고즈넉한 산길을 1시간 넘게 걸으며 내려오는 길에는 사진도 한컷 찍었더랬습니다. 엷게 구름이 낀 하늘 위로 붉은 햇살이 번지는 장면이었지요. 언제나 그렇듯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더없이 평화로운 하루가 보장될 줄 알았었지요.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교회도, 기업도 오직 규모만 강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익이나 욕심을 추구하는 기업의 행태를 신성해야 할 종교가 쫓아간다는 게 얼핏 말이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오직 대한민국에서는 예외인 듯합니다. 자유주의 시장원리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지난 정부의 소망교회 어느 장로는 교회마저도 신자유주의 이론을 채택하도록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능을 하루 앞둔 오늘, 스산한 바람이 불고 기온마저 뚝 떨어져 으스스한데, 남녘에서 들려온 지진 소식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합니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누군가는 자신의 아들에게 다스를 물려주려 한다는데 저는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다스베이더 피규어라도 물려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