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입동, 겨울은 아직 저만치 멀기만 한 듯한데 달력은 이미 겨울을 알리고 있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는 송년 모임 일정과 약속장소를 알려왔다. 다음달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자고 했다. 벌써 1년이 다 간 느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는 오늘, 세상에는 트럼프처럼 다양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이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에서는 대개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 심사를 끝으로 한 해를 마감하게 되지만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국정감사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들의 노고에 감사하기보다는 짜증 지수가 절로 높아지게 된다. 혹여라도 어쩌다 본 뉴스에서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등장하여 의미도 없는 '뻘~짓'을 하거나 심한 막말로 실검 순위에 오르내리게 되는 경우에는 쥐구멍에 숨고 싶은 건 물론 자신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나는 올해 그런 경험을 여러번 했다. 그건 순전히 야당 원내대표를 하는 내 지역구의 국회의원 때문이었다. 낮술을 한 듯 불콰해진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저런 인간을 누가 국회의원으로 찍어줬는지 한심한 생각이 절로 들고 낯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워진다.
어제는 '전희경'이라는 특이한 인간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듯 별 미친 짓을 서슴지 않았다. 마치 미친 개가 입에 거품을 문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나이를 보건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녀보다 나이도 많고, 그녀는 군부독재가 자행되던 80년대 대한민국의 실상을 잘 알지도 못할 터인데, 게다가 독재에 저항했던 많은 시민들의 희생을 직접 목격했던 것도 아닐 터인데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는 하지 못할망정 케케묵은 이념 논쟁으로 국감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녀가 속한 자유당의 행태였다. 사과는커녕 그녀의 도를 넘은 막말이 '야당으로서는 할 수 있는 질문이고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질의내용'이라고 했다. 도대체 어떤 미친 사람이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지 묻고 싶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인간이 산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도 '전희경'과 같은 특이한 인간이 존재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