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머리가 좋다."

오늘은 이 말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보려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안철수 전 의원은 머리가 좋은 듯합니다. 그건 일정 부분 사실일 테고 말이죠.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인정하는 '엄친아'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머리가 좋다는 건 전적으로 칭찬의 말은 아닌 듯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것, 다른 사람에 비해 경쟁의식이 강하다는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든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 전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벌써 만 5년이 지났다는 걸 어느 뉴스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을 때의 모습은 그가 정말로 머리가 좋다는 걸 보여주었던 단적인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죠. 학벌이나, 지식, 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뒤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바 오히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신이 그보다 못한(또는 못하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대통령 후보직을 넘겨주어야 했던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기도 했지요.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닌 문재인을 대통령 후보로 밀었던 국민들이 바보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으로 탄생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 활동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는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듯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지요. 결국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혹은 문재인을 싫어하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했지요.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자신의 지적 능력으로 가볍게 이길 수 있으리라 자신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의 착각은 늘 그런 식이니까 말이죠. 머리만 좋고 경쟁의식만 강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삶이 자신이 의도한 대로 흘러간다고 믿는 데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곧 다가올 미래의 현실로 확신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그는 자신의 그러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에 정치를 포기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지적능력은 집단지성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집단지성이 지지하고 응원하는 건 개인의 지적능력이 아니라 도덕심과 정의이지요. 아무리 완벽한 계획일지라도 허점은 존재하게 마련이고 집단지성의 시각에서는 그러한 허점이 너무도 쉽게 발견되곤 하지요.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관찰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와 같은 음모도 결국 머리만 좋은 누군가가의 계략에서 비롯된 것일 테제요. 대선 기간만 하더라도 완벽한 계획이라며 자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고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자유당 정진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인해 온 나라가 들끓고 있더군요. 제가 생각할 때 정진석 의원도 머리가 좋은 분인 듯합니다. 그의 말인 즉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지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민 대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에 의한 살인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을 머리만 좋은 정진석 의원이 미처 몰랐다는 것입니다. 머리만 좋은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지요. 집단지성을 취합하고 통괄하는 리더의 자격이 과연 어떤 것인지 정진석 의원이나 안철수 전 의원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언젠가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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