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지 않았나요? 그래서인지 나는 오늘 지난주 내내 생각했던 결심을 끝내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주말의 한가한 시간을 골라 그동안 미뤄두었던 리뷰를 한꺼번에 몰아 써보자 생각했던 것이죠. 그야말로 폭풍 리뷰를 쓰려고 결심했던 것인데 처음에는 아주 미약했던 유혹의 목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더니 나중에는 폭풍 리뷰를 쓰자는 목소리를 압도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만 날은 아니잖아.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고... 쇠털같이 많은 날, 꼭 오늘 하라는 법도 없잖아?' 하는 미약한 목소리가 어제만 하더라도 아주 멀리서 들리는 듯 미약하기만 하더니 일요일 오후가 되자 그 말은 내게 아주 논리정연하고 지당한 말처럼 들렸던 것입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 탓이엇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일렁이도록 했었지요. 손등을 스치는 바람결이 마치 엄마의 손길처럼 부드러웠습니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져들 것만 같았지요. 실제로 나는 점심을 먹고 까무룩 낮잠에 빠져들기도 했었습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아, 리뷰를 써야 하는데...'하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힘 빼기의 기술>, 소설가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이 내가 써야 할 리뷰 목록입니다. 아무때나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의 기억력이 문제입니다. 하루만 지나도 쓰고자 했던 내용의 절반쯤을 잊어먹게 되니까 말이죠.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책을 다시 읽어야만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게 영 귀찮다 싶으면 숫제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실천에 앞서 내가 지어낸 유혹의 말이지만 나는 왜 매번 그 유혹의 말에 못 이기는 척 지고 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