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잦아진 비로 하늘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하늘과 땅의 틈새를 비집고 가을이 벌써 한쪽 발을 들이민 듯한 느낌이랄까. 아침에 운동을 나오는 사람도 배는 많아진 듯하다. 물론 그 중 절반도 넘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한 계절만 운동을 하는, 말하자면 '가을 즐김이'(이런 말은 사전에 없다. 내가 붙인 이름이니까.)이지만 말이다. 그렇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아침잠을 줄이고 산을 오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라치면 그들이 한편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살충제 달걀 문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식탁에 오르는 반찬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달걀이고 보니 하루라도 달걀 없이 지낸 날이 과연 있기나 할까 싶은 게 그동안 내 몸에 쌓인 살충제가 얼마나 될지 은근히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내가 어렸을 적에는 달걀만큼은 언감생심 워낙 비싸서 먹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당시에 유통되던 달걀은 모두 친환경 유정란이었으니 이따금 먹었다 할지라도 그게 다 피와 살이 되어 나를 성장시켰을 테지만. 그러나 지금은 인증을 받은 친환경 달걀도 말로만 친환경일 뿐 믿을 수 있는 달걀이 전무한 실정이니 그저 귀 닫고 눈 감은 채 먹을 수밖에 없다. 달걀값이 지금처럼 저렴해진 데에는 공장식 축산이 일조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부메랑처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하지 못한 세상에서 인간인들 건강할 수 있겠나 싶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있었던 오늘, 이따금 비가 내렸고 무척이나 후텁지근한 주말 저녁, 김하나 카피라이터의 <힘 빼기의 기술>을 집어들었다. 재미있는 책일 듯.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