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다. 차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후끈한 열기가 사방에서 뻗어나와 순간적으로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결박하는 느낌이다. 이런 날에도 하루를 살기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분이 보인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에는 '살아가려면 세계를 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는 문장이 나온다. '필멸일 뿐인 세계에서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애쓸 일도 없고 발버둥을 쳐봤자 고통을 늘릴 뿐'이라는 문장도. 황정은 작가도 어쩌면 <제5도살장>을 쓴 커트 보네거트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의한 독일 드레스덴 지역의 폭격을 직접 경험했던 커트 보네거트는 자신의 소설에서 자조적인 독백을 꺼내놓는다. '그렇게 가는 거지!' 라고. 죽는다는 건 '샴페인에 김이 빠지고 맛이 가는 것처럼' 그렇게 가는 거라고.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야당, 특히 자유당의 뻘짓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당대표라는 자는 대통령의 오찬 회동을 거부한 채 수해지역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겠다고 나서서는 1시간 남짓 머물다가 훌쩍 떠나기나 하고, 원내대표라는 자는 대안도 없이 사사건건 트집이나 잡고 몽니를 부리고.
돼지발정제로 유명한 자유당의 대표는 19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자원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혀놓고는 약속 시간보다 훨씬 늦은 오후 12시 20분쯤 현장에 나타나서 복구작업을 돕는 척 폼을 잡다가 점심을 먹은 후 수해복구 지원금을 전달하고는 그냥 떠나기가 제 스스로도 미안했던지 다시 20여분쯤 복구 작업을 거드는 척 시간을 보내다가 훌쩍 내뺐다. 생색도 그런 생색이 없다. 그럴 거면 정치쇼를 위한 사진을 찍으러 오겠다고 할 것이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자원봉사랍시고...
대표가 그러니까 같은 당 소속의 도의원 또한 뻘짓을 이어갔다. 최악의 물난리를 만난 충청북도의 도의원인 김학철이라는 자는 외유를 떠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들이 레밍(lemming)같다'는 말을 내뱉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자신들을 비난한다는 이유로 국민을 설치류에 비유하다니... 자유당 내에서 이런 식의 뻘짓이 계속된다면 정권획득은 아마도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비슷하게 세력 균형을 이루어야 나라가 발전하는 법인데 균형을 이루기는커녕 자유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처박히는 실정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