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들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던 말도 혼자서 곰곰 되씹어 보면 '아, 그렇구나!' 하고 확연히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아마도 한박자 느린 나의 둔한 운동신경과도 연관이 있지 싶은데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긴 하지만 나와는 상당한 나이 차가 있는 인생 선배 세 분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그 자리에서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보면 다음과 같았다.

 

나 : 한참이나 어린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외람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는 게 점점 조심스러워집니다.

 

A : 자네도 충분히 그럴 만한 나이가 되었지. 다만 자신의 인생을 연습만 하다가 보내지는 말게. 무슨 얘긴고 하니 지난 일을 하나하나 곱씹고 후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이러이러하게 해야지 계획하느라 남은 시간을 허비하지는 말라는 얘기네. 아무리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늘은 누구에게나 처음이 아닌가. 인생은 매일매일이 새로운 도전의 장이지 어제의 경험으로 오늘을 다시 재현하는 연습의 장이 아니라는 말일세.

 

B : A의 말이 맞네. 다만 자신의 가슴에 오해의 싹은 틔우지 말게. 오해는 단순히 오해로 끝나는 게 아니네. 여름철 잡초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법이지. 한 번 생긴 오해를 그대로 방치하면 무성해진 오해로 인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에는 비뚤어진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게 된다네. 그것만 조심하면 되네. A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늘 본게임처럼 생각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는 말게. 그것처럼 허망한 일도 없을 걸세.

 

어제는 그저 별 뜻도 없이 나누던 대화였는데 오늘 다시 생각해 보니 이보다 더 귀한 조언이 다시 없을 듯싶다. 한마디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헤어졌는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