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나는 고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날선 아침을 맞는 이가 있다는 것도, 한여름의 진득한 어둠이 한가로이 내려앉는 밤, 내일을 위해 치열하게 잠들어야 하는 이가 있다는 것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더러 속절없이 울 일이 많아진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비단 타인을 향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젊거나 어렸던 과거의 나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우면산 서초약수터에서 만나 가볍게 등산을 한 후 점심이나 함께 하자는 취지였는데 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날 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짧은 글로 인해 나는 조금 먹먹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주말 휴일이면 함께 모여 농구를 하고, 한 친구의 집으로 우르르 몰려가 라면을 끓여 먹던 추억, 대학 시절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던 한 친구, 사법고시 2차 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졌던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그때마다 모여 쓴 소주를 마셨던 친구들... 친구의 글은 '그립다'는 말로 끝을 맺었지만 시간의 빈 공간으로 끝없이 빨려드는 느낌이었던 나는 스마트폰 액정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았다.

 

우리는 다들 '언젠가'라는 말을 구실로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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