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두웠다. 빗방울의 수직낙하로 생긴 원시의 흔적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으로 전해져오는 푹신한 느낌, 함초롬히 젖은 길가 풀섶에서 풍겨오는 싱그러운 풀 내음과 구수한 흙 냄새, 간간이 섞이는 솔향기 등은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아련하였다.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다. 어제부터 내린 비는 아침에도 그치지 않고 내렸던 것이다. 하늘은 어둡고 빗줄기는 가늘었다. 는개처럼 형체도 없는 빗줄기가 푸석푸석 먼지 이는 대지를 조용히 적셨다. 나는 우산도 없이 그 비를 맞았다. 빗줄기가 어찌나 가늘었던지 비를 맞는다기보다 습기에 젖어드는 듯했다.

길었던 가뭄이 어제, 오늘의 짧은 비로 해결되지는 않을 듯했다. 촉촉해진 대지를 조금만 걷어내도 금세 마른 흙이 보였다. 내려오는 길에 선물처럼 핀 꽃을 보았다. 고은 시인의 시구처럼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 본/그 꽃'을.
잠시 멈추었던 비는 오후가 되어서도 여전히 내린다. 추적추적 내린 비가 아스팔트 위에 번들거린다. 사는 게 어렵지 않다는 듯 비는 참 쉽게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