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았던 게 언제였는지요. 아침에 집을 나오는데 멀리까지 탁 트인 시야와 맑은 공기, 적당히 부는 바람 등 근래에 보지 못했던 풍경에 나는 어리둥절 조금 놀랐었나 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간절히 원하지만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상상 속의 하늘, 귀한 줄도 모른 채 맘껏 누렸던 내 기억 속의 하늘이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계절을 건너 뛰어 초가을의 어느 아침을 맞고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괜스레 설레기도 했습니다.

 

청녹색

 

           천상병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산의 나무들은 녹색이고

하느님은 청녹색을 좋아하시는가 보다.

 

청녹색은

사람의 눈에 참으로

유익한 빛깔이다.

우리는 아껴야 하리.

 

이 세상은 유익한 빛깔로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노래했던 천상병 시인의 시 <청녹색>이 오늘 아침 문득 떠올랐습니다. 푸른 하늘을 떠다니는 흰구름이 마치 시인의 천진스러운 얼굴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던 것이지요. 미세먼지 걱정이라곤 해본 적 없었던 과거에는 하루하루가 천국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서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아마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과 과거로 변한 그리움이 모두 눈물로 변한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외선 걱정은 뒤로 한 채 자꾸자꾸 밖으로만 나가고 싶었던 그런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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