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시간은 각자 다른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전혀 다른 속도로, 전혀 다른 장소를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다른 궤도의 행성이 스치듯 지나치는 것처럼 서로의 시간 궤도를 옷깃을 스치듯 아주 잠깐 빠르게 스쳐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우리의 몸은 같은 곳에서 지척의 거리를 유지한 채 지낼지라도 마음속 레일을 달리는 시간의 협궤열차는 단 한 번도 같은 레일을 달린 적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함께 놀러 갔던 놀이공원이 생각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겁도 없이 낙차 큰 롤러코스터를 탔었지요.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는 그 아찔한 놀이기구를 우리는 마음껏 즐기기는커녕 절반은 눈을 감은 채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었고 롤러코스터의 운행이 어서 빨리 멈춰지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도는 그게 고작이었습니다. 우리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롤러코스터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습관을 재료 삼아 시간의 레일을 만들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막과 내리막을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처음 출발했던 그곳으로 천천히 되돌아 와 완전히 멈추는 순간까지 아스라한 등락의 순간들을 떠올리겠지요.
숨 쉬는 시간마저 아까운 오월입니다. 아파트 담장의 넝쿨장미는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 봉오리를 물고 있습니다. 어린이날을 하루 지난 오늘, 중국에서 불어온 미세먼지가 봄하늘을 종일 어지럽혔고, 내 마음속 시간의 협궤열차는 비 내리는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롤러코스터의 오르막 구간을 힙겹게 오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올 때 우리 기억 속에 더 오랫동안 남는 장면은 빠르게 달렸던 내리막 구간보다 멈출 듯 힘겹게 올랐던 모르막 구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저의 유일한 위안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느 시간대를 달리고 있는지요. 맑은 오월의 장미 향기 그윽한 꽃길을 내내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숨 쉬는 시간마저 아까운 오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