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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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요? 나의 장점은 다른 누군가의 격려와 칭찬을 동력 삼아 발전한다는 사실을요. 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주위 사람의 구박이나 핀잔만 계속 이어진다면 그 재능은 쉽게 사그라들고 만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하지만 무턱대고 칭찬만 해서도 곤란하겠지요. 발전 가능성도 없는 미미한 재능이나 타인에게 피해만 주는 재능을 칭찬한다면 한 사람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쓰도록 돕는 꼴이 되고 마니까 말이죠. 그러므로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유익한 재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소설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은 개인에게 주어진 타고난 재능이 어떻게 발현되고 스러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일상에서 관찰자가 수수께끼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일상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도 유명한데, 그의 '소시민'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후나도 고등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고등학생 고바토와 오사나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학원 청춘 미스터리인 셈이지요.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고바토와 한 번 문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 오사나이는 자신들의 성향 탓에 겪었던 중학교 시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소시민'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는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게 그들의 목표엿던 셈이죠. 가냘프고 작은 체구의 오사나이를 중학교 3학년 때 만나 알게 되었지만 고바토와는 단순한 친구 관계라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연인 관계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이입니다. 후나도 고등학교에 나란히 합격한 두 사람은 난처한 일에 처하면 서로를 핑계 삼아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자고 약속했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꿈꾸었지만 합격자 발표장에서부터 고바토의 초등학교 동창 도지마 겐고를 만남으로써 그들은 불안한 출발을 예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소시민이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영악함을 버리겠노라 결심했다. 그리고 오사나이는 강한 집념을 버리겠노라 결심했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튿날, 오사나이는 지금은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게 마음 편하다며 어울리지도 않게 나를 도와주었다." (p.268)

 

솔직하지만 험악한 인상의 도지마 겐고와 고바토와 오사나이, 그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봄철의 사건을 다룬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은 교내 가방 도난사건, 코코아를 맛있게 타는 법 등 일상의 사건들을 치밀한 두뇌게임으로 해결함으로써 '소시민'의 삶과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유난히 단 것을 좋아하는 오사나이는 어느 날 고바토와 함께 '앨리스'에서 봄철 한정으로 판매하는 딸기 타르트를 사기 위해 갔다가 잠깐 편의점에 들른 사이 딸기 타르트를 실은 자신의 자전거를 도둑맞습니다.

 

"언젠가 서점에서 있었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이 최고다 싶은 순간을 동경한다. 왜냐하면 우리는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이 그림이 최고였던 순간은, 누구의 눈에도 들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p.129)

 

오사나이는 도난당한 자신의 자전거로 인해 학교 지도부에 불려가는 등 수난을 겪게 됩니다. 그러나 오사나이를 무엇보다도 화나게 했던 것은 잃어버린 자전거도, 지도부에 불려갔던 일도 아니었습니다. 봄철 한정으로 맛볼 수 있는 '앨리스'의 딸기 타르트를 올해는 못 먹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오사나이의 자전거는 한적한 외곽에서 부서진 채로 발견되고 고바토의 추리가 이어집니다. 그 추리를 바탕으로 오사나이는 자전거 도둑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오사나이의 집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고바토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사나이가 혹시 범죄 집단에 휘말려들어 어떤 해를 입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죠. 복수를 다짐한 오사나이와 그녀를 걱정하는 고바토. 그들 앞에는 어떤 일이...

 

"누군가가 열심히 생각했는데도 풀리지 않아서 고민하던 문제를 옆에서 끼어들어 풀어버리는 상대를 환영하는 사람은 얼마 안 돼. 고마워하는 사람은 훨씬 적어. 그보다 경원당하거나 미움을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깨달았지!" (p.238)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숨긴 채 평범한 소시민으로 산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기(史記)의 '평원군 우경열전'에 나오는 '낭중지추'를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고바토와 오사나이도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각자의 다른 재능이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때로는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한다면 나에게 없는 재능이라고 하여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말아야 할 듯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키고, 서로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의 삶은 그렇게 풍성해지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서로를 위하다 보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처럼 달콤한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서로 다른 인생 한정 재능을 판매하는 사람들이기에 서로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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