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볕에 그을린 하늘이 종일 어두웠습니다. 그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나는 종일 서성였습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깜박 잊고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자리를 지키며 진득하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부는 바람에 우수수 벚꽃이 지고 있었습니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는데 그래서인지 낮 한때 후두둑 비가 흩뿌렸고, 마음을 둘 데 없었던 나는 사이토 다카시의 <한 줄 내공>을 읽었습니다.

 

 

"인간은 설령 절망의 밑바닥에 떨어져도

반드시 기어올라갈 수 있는 존재다.

누구나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

단단한 정신이 있는 한 분명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말은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야 할 청춘의 시절, 좌절과 고난, 끝없는 외로움과 지독한 가난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대학 교수로 만들어준 다짐의 문장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어제는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이자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가는 봄비가 흩뿌리며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하늘은 종일 어두웠고 오후에는 가물가물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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