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마음 편히 혼자 울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 주말 지인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였다. 며칠 전 지엔지 준코의 '감정 청소'를 읽었던지라 그분의 말씀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상대적 우울감을 느낄 기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반면 혼자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공간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현대인의 정신 건강은 위험한 상태에 도달했다는 게 그 분의 주장이었다. 건강이란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배설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정신에 있어 웃는 것이 음식의 섭취에 해당한다면 울음은 배설에 해당한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울음만 잘 관리해도 개개인의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분의 말씀이 옳다. 영국인이 사랑했던 다이애너비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영국에서 자살자의 수가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지 않던가. 지난해 인구대비 스마트폰 보급률 전세계 1위의 기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거꾸로 말하자면 전세계 정신건강지수 꼴찌가 아닐런지... 일베 사이트에 한 번이라도 접속해본 사람이라면 그 심각성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의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 중 90% 이상은 정신병자로 보인다. 정상인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을 그들은 버젓이 해낸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자신이 '또라이'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놓고 밝힐 수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온 국민이 슬픔 속에 추모의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한 일베 회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뎅리본 사진을 올렸었다.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거리가 아닌가. 그는 어묵으로 리본을 만든 사진과 함께 '4.16 오뎅데이 오늘은 오뎅 먹는 날'이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중이던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던 그들이 아닌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금수'라고 말한다. 그들은 금수보다도 못하다. 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이탈리아의 화학자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후에 쓴 <이것이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