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을 멀리서만 바라보려 애쓰며 살았구나,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싸움이든 평화든 가급적 멀찌기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려 했을 뿐 나 스스로 주도하여 인생의 심장을 향해 돌진해 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쩌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직접적인 삶과 대면했을 때 나는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기도 했었고,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고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렇게 나는 방관자의 삶을 이제껏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려움 때문이었겠지요. 마음의 상처를 무엇보다 두려워했던 나였기에 실체도 없는 어렴풋한 삶을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만 견딜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3월의 마지막 날이자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 잊었던 봄비가 소리도 없이 내립니다. 비에 젖은 보도에서는 비릿한 먼짓내가 피어납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는 소식과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 신항을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아침입니다. 저질렀던 죄는 차치하고라도 그녀의 운명도 참 기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인간이 운명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착잡한 심정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한 치 앞의 일도 알 수 없는 게 인간이고 보면 누구든 자신의 힘만 믿고 떵떵거리며 오만하게 굴 일도 아닌가 봅니다.
벌과 나비가 사라진 처량한 봄입니다. 어쩌다 보게 되는 나비 한 마리가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구치소에 수감된 전직 대통령은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오히려 부러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4월이 오고 있습니다. 만개한 꽃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겠지요.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리고 여러 상념들이 비와 함께 가라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