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안성진 지음 / 가나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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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 정말 많이도 나온다. 마치 무슨 유행이나 시대의 트렌드처럼 신간도서 10권 중 한두 권은 글쓰기 책이고 보면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드는 것이다. 책이라는 게 보통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글쓰기 책이 이렇게 범람하는 까닭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SNS의 발달로 인하여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 계정에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짧은 글을 남기는 게 보편적인 일처럼 여겨지는 요즘, 글쓰기의 필요성 또한 증가한 게 사실이지만 글쓰기 책의 범람을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미진한 느낌이 든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도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어릴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똑똑해지고 싶으면, 지혜롭게 살고 싶으면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야 한다고. 그래서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p.3)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의 저자인 안성진 님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블로그 덕분이었다. 책을 읽고 자신의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친구도 생기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분도 쌓이게 된다. 비록 온라인상에서의 일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단지 블로그의 글만 읽어도 '아, 이 사람은 이런 성격의,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이러이러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고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저자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분이다.

 

저자의 책을 두 권째 읽었다. 슬하에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도 아들에 대한 이야기나 사진이 많았고 저자의 자식 사랑이 각별한 듯 느껴졌었다. 어느 부모 치고 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마는 자식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책을 통하여 배우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였는지 저자의 첫번째 책은 <하루 10분 아빠 육아>였다. 자신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육아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글쓰기 책을 선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책 쓰기 방법이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그것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박힌 한 권의 책을 써낸 후의 달라진 삶을 통하여 저자는 깨달은 바가 많았던 듯하다. Chapter 01 변화를 꿈꾼다면 글을 써라, Chapter 02 당신만의 책을 써라, Chapter 03 본격적인 책 쓰기, Chapter 04 책 쓰기 코칭 받기, Chapter 05 글을 쓸 때 필요한 좋은 습관들, Chapter 06 첫 책을 쓴 작가의 책 쓰는 이야기의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맘만 먹으면 누구든 책을 쓸 수 있다고,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꾸준히 글을 쓰던 사람이 단순한 글쓰기를 떠나 책 한 권을 쓰겠다고 마음먹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바로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내가 매일 쓰는 글이 나중에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올 것이라고 상상해 보자. 오늘 쓰는 글에 대한 의미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매일 쓰는 글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마치 적금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을 보며 뿌듯해 하듯 매일 써낸 글 때문에 뿌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p77~p.78)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다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지만 말이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저자의 글을 꾸준히 읽어오면서 내가 느꼈던 생각은 저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성실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일 수도 있었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가장 큰 무기는 성실함이다. 그러므로 신이 부여한 가장 훌륭한 재능은 성실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 한 권의 책도 내보지 못한 나와 저자의 차이는 그 성실함에서 갈리는 듯하다.

 

"작가는 아침을 활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조금만 조절하면 그 시간을 글쓰는 시간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그게 습관이 되지 않았다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5시에 일어나면 오래 실천하지 못한다. 하루 5분씩만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p.213)       

 

언제가 법정 스님의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을 다 버릴 수 있고 사람마다 생각나는 대로 다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사람아 무엇을 비웠느냐 中) 나는 이따금 이 말이 떠오를 때마다 스님이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여 가슴이 찔리곤 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말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뛰어난 재능이자 가장 큰 무기인 '성실함'은 내 안에서 여전히 잠들어 있다. 가수면 상태인 '성실함'을 도무지 깨울 방법이 없다. 저자와 나의 차이는 바로 그것이다. 다시 또 봄이다. '성실함'의 무덤인 이 계절에 나도 책 한 권 쓰고 싶다고 말한다면 지하에 계신 스님이 벌떡 일어나시지나 않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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