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의 반짝 추위가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봄은 우리 주변을 서성이며 한껏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모든 게 새로워지는 3월의 첫날이자 삼일절 휴일이었던 어제 아침, 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산에 올랐고 이울어가는 겨울 풍경을 아쉽게 바라보았습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 산행은 푸른 빛이 감도는 새벽 어스름녘에서야 끝이 났습니다. 정상 부근의 소나무숲을 뒤로 하고 나는 하산을 서두릅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와 같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시작된 삶은 형체만 겨우 분간할 수 있는 어스름녘에 서둘러 끝이 나는 것일 테지요. 때로는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끝나는 삶을 목격하기도 하겠지만 대개의 삶은 어둠이 막 걷히는 이른 새벽이나 햇살이 찬란하게 퍼지는 아침에 끝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삶이 지속되는 시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잠깐 동안의 삶에서도 큰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분들은 어쩌면 모든 게 선명해진 세상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조용히 눈 감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의 시간은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둠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봄과 함께 칠흑 같은 어둠 또한 서서히 물러나겠지요.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것처럼 어둠이 깊으면 별은 더 빛난다는 것을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찬란한 아침이 펼쳐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