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구에게나 신산스러운 것이지만 북한의 김정남 피살 소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한때는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며 황태자의 자리를 누렸던 그가 지난 2001년 5월 가짜 여권을 소지하고 일본에 입국하려다가 체포돼 추방된 뒤 김정일의 눈 밖에 나 권력 승계 다툼에서 배제됐음은 물론 가족과 함께 외국을 떠도는 신세로 전락하더니 며칠 전 타국에서 영문도 모른 채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그의 인생도 가히 복된 삶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컴퓨터광으로 알려진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에도 능통해 개혁·개방주의자로 불리기도 했었고, 군력 승계에서 배제된 뒤 우리나라로의 망명설도 심심찮게 전해졌었다. 그러던 그가 2013년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 된 후 신변에 위협을 느껴서 가족들과 함께 마카오 도심의 부호화원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올해 초 다시 그곳으로부터 갑자기 이사를 했다고 한다. 한때는 마카오에서 무역업과 금융투자업으로 큰 돈을 벌기도 했다지만 김정일이 물려 준 재산이 많아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랬던 그가 허무하게 살해된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수사결과 발표나 사건의 정황으로 볼 때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죽은 김정일은 아마도 지하에서조차 눈을 감지 못할 듯하다. 아무리 권력이 좋기로서니 형을 살해하리라고는 김정일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을 터,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 고모부를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형까지 죽인 망나니로 만든 책임은 모두 김정일 자신에게 떨어질 테니까.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서 죽은 후에도 부모를 욕보이게 하는 일이 비단 김정일에게만 해당하겠는가. 죽은 박정희도, 김동리 작가도 다들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 죽어서도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던가. 그나저나 최순실은 죽은 부모를 욕보인 것인지, 아니면 세상 만방에 이름을 떨치게 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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