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는 한 분야를 열정적으로 파고들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시들해지는 경우가 있다. '슬럼프'라기보다는 끈기가 없는 것이다. 어려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나는 시들시들 생기를 잃고 말라가기 시작했던 것일까? 연초에 나는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이후부터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간다는 건 좋든 싫든 현실과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까. 예컨대 현실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현실과 한없이 가까워짐으로써 돈에 대한 욕심도 무한정 늘어나게 되고 돈과 연관지을 수는 없지만 삶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에 대한 흥미를 차츰 잃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귀촌을 계획하고 있다. 말은 거창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조금 작은 동네로 떠나는, 단순한 이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동안 유지했던 삶의 형태는 귀촌과 함께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아내 앞으로 약국을 개업하고 그 일을 보조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아내나 나나 일종의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약국을 운영해본 적 없는 아내와 약은 그저 살 줄만 알았지 단 한 번도 팔아본 적 없는 나.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도시를 떠나 살아본 적 없는 아내. 이런저런 걱정에 이따금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서인지 얼마전부터 나는 블로그에도 그저 시큰둥했던 게 사실이다. 마음이 잡히지 않았던 까닭이다. 삶은 언제나 한 계단을 딛고 또 다른 계단을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삶을 이끄는 세월이야 어찌됐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고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