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몃 밀어두었던 감정이 제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한바탕 분탕질을 칠 때가 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지갑 속 카드처럼 필요할 때마다 꺼내거나 도로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할 일이 태산인 마당에 제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꼴이란... 때로는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저 나무처럼 의연할 수는 없을까 하고 눈길을 돌리고 만다. 그게 속 편하다. 그렇게 매번 우리는 자신의 마음과 한바탕 씨름을 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늘 일방적으로 지고 마는 것이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언제부턴가 기대나 설렘보다는 부담만 잔뜩 짊어진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숫제 할 수만 있다면 명절을 건너뛰고 다음날부터 살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격의 없는 사이라고는 해도 아이들이 자라고, 혼인하여 남의 식구가 들어오고, 모이는 식구가 그렇게 해마다 늘다 보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해마다 떨어져만 가는데 몸을 축내는 일은 늘어만 가니...
매섭던 한파가 무르춤하여 그나마 조금 살만해졌다. 점심 식사 후에 잠깐 머리도 식힐 겸 웹서핑을 하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최순실 청소아줌마'가 올라왔기에 뭔가 하고 열어봤었다. 특검에 강제로 소환되었던 최순실이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자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의 청소아줌마인 임씨가 최씨의 뒤통수를 향해 "염병하네!"라는 사이다 발언을 3번이나 날렸었나 보았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껴 자신도 모르게 외친 말이라고 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설 분위기마저 뒤숭숭한 요즘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니 그렇게라도 화를 풀 수밖에.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사람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세상 참...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옛말 그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