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맹하고 어이없는 해명이겠습니다만 요즘 저는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데에도 도통 집중을 할 수 없는 까닭이 모두 어수선한 시국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낮에 외국인 친구 한 명을 만나 점심을 먹는데 아니나 다를까 불쑥 Sunsiri 아줌마 애기를 꺼내는 바람에 낯이 뜨거워서 그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그 친구 얘기인 즉슨 어떻게 민간인 한 명에 의해, 그것도 막돼먹은 아줌마 한 사람 때문에 나라 전체가 좌지우지 될 정도로 국가 시스템이 형편없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었고, 아무리 대한민국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낮은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멍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저는 다만 '어쩌다보니...(Well, in the meantime...)'라는 말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이 닥쳤을 때 제가 항상 되내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말이지요. 단순하지만 저는 그 말을 속으로 몇 번 되내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심감을 얻곤 합니다. 적어도 힘들어 보이는 어떤 일을 피하지는 않게 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일도 어찌어찌 하다 보면 반드시 끝이 보이곤 한다는 것을 지난 경험이 사실로 증명해주었습니다. 예컨대 뜨거운 여름 날 집안 대청소를 하려면 엄두가 나지 않지요. 그래서 질질 시간만 끌고 미루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럴 때에도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쉬더라도 일단 시작하고 중간에 쉬자.' 하고 맘을 먹곤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요? 그렇더군요. 일을 일단 시작하면 빨리 끝내고 싶은 욕심에 힘든 것도 참고 일에 매달리게 됩니다. 저만 그런가요? 암튼.
대한민국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입니다. Sunsiri 아줌마도 귀국을 했고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조사를 받고는 있습니다만 하나를 들추면 또 다른 일이 딸려나오는 바람에 '도대체 끝이 어딘가? 끝이 있기는 한건가?' 의심이 들고, 그때마다 국민들 전체의 어깨는 한 뼘씩 축축 쳐지는 듯합니다. 국가의 동력이란 무릇 그런 것이지요.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가 있으면 국민들도 덩달아 힘이 나는 법이고, 제 잇속만 차리고자 몸을 움츠리고 국민들의 눈을 속이려는 지도자가 있다면 국민들도 따라서 사분오열 되는 건 시간 문제이겠지요.
그래도 끝은 있겠지요. 그럴 것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지도자가 자신의 모든 잘못을 시인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가장 빠른 해법이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선 그마저도 쉽지 않은 듯 보입니다. 그럴수록 국민들의 분노와 수치심은 더욱 커질 테구요. 돌이켜보면 Sunsiri Family에게 우리의 지도자는 얼마나 좋은 먹잇감이었겠습니까. 세상 물정이라곤 아는 게 없는, 세 살배기만도 못한 여인에게 크나큰 권력이 쥐어졌다는 걸 아는 순간 그 권력의 칼을 자신이 대신 휘두르면 세상 겁날 게 없겠다 생각했겠지요. 그렇게 광란의 칼춤이 시작되었던 것이구요. 2016년이 저물어 가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호는 좌초되기 일보 직전의 위기 상황입니다만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나겠지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