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제쳐두었던 지진에 대한 공포를 다시 일깨운 건 어젯밤 8시 33분의 여진이었다. 따로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지만 8시 33분이라는 시각은 최근에 발생한 지진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듯 보였다. 저녁 밥상을 물린 후 느긋하게 쉬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그 시간에 지진은 마치 장난기라도 발동한 듯 '흠, 다들 아무것도 모른 채 널부러져 있군. 심심한데 어디 한 번 사람들이나 놀래켜줘 볼까.' 하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지축을 흔들어놓는 것이다. 그때마다 무방비로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집을 뛰쳐나갔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이거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냐?'하는 표정으로 화풀이 대상을 찾곤 하였다.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지진이 미안하다고 사과의 말이라도 한마디 던질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무방비의 사람들을 놀래키는 건 비단 지진뿐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북한이, 때로는 일본이, 때로는 미국이 '서프라이즈~~!!'하면서 느끼한 표정으로 국민들의 심기를 긁어놓기는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가끔일 뿐이고, 우리나라 정치권은 시도 때도 없이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는 통에 당하는 국민들은 이제 식상하다 못해 지겨운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어제 반기문 띄우기에 나선 정부 여당의 뜬금없는 행동만 하더라도 정치인들의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서프라이즈'의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맞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0여 년을 지하세계에서 살았던 사람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정부 여당은 저승에 있던 사람을 불러내어 이승의 사람을 다스리는 게 어떻겠느냐 묻고 있는 셈이다. 이 나라에 아무리 인재가 없기로서니 명계에 있던 사람을 국가 지도자로 삼자는 발상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서프라이즈' 차원에서 웃자고 한 말이라는 건 알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센스가 없어서야 어디...
이제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서프라이즈 퍼포먼스'는 제발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지진으로 인한 '서프라이즈'에 지쳐가고 있는데 정치인들의 식상한 '서프라이즈'를 보면서 웃어줄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한·일간의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불가역적'이라는 생뚱맞은 단어를 들고 나왔던 외교부의 애교도 이제는 지겨운 것이다. 이 좋은 계절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정치인들의 '서프라이즈'는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