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만에서 6개월, 중국(심양)에서 1년을 체류하고 며칠 전에 귀국한 지인 한 분과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건강한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게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간에 있었던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차다가 이야기는 점차 아이들 교육 문제와 우리나라의 현실로 이어졌습니다. 그분이 계셨던 곳은 중국에서도 비교적 시골에 가까운,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6,70년대의 모습을 간직한 작은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곳에서만 쭉 있었던 것은 아니고 도시 지역을 방문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하는데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북한은 미쳤고, 남한은 부패했다.'는 말 한마디였다고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례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확실히 부패공화국으로 변질되고 있는 게 맞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일탈이나 비윤리적인 어느 한 개인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경기가 나빠지면서 위기를 느낀 대다수의 사람들 중 스스로 어떤 자구책을 강구할 수 있는 사회 지도층의 보편적인 모습이라는 것이죠.

 

한 사회가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저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하여 그분과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것은 바로 법과 제도를 비롯한 사회 시스템과, 국민들의 윤리의식과, 사회 공통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방 후 우리나라를 움직였던 것은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의 윤리의식과 공통의 목표였던 듯합니다. 어쩌면 윤리의식이나 공통의 목표 없이 시스템 하나만으로 작동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 미국 내에서 시스템을 움직이고 지키도록 강제하는 조직은 경찰일 텐데 시스템(법 또는 규칙)을 어기는 자는 반사회적 인물로 간주하여 어떤 윤리의식도 없이 처단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교통법규를 어긴 흑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처럼 말이지요. 반면에 중국이라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임이 분명합니다. 그들에게는 공통의 목표가 있는 것이죠. 거대 중국을 움직이는 힘은 역시 통일된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에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미안한 얘기지만 대한민국에는 잘 갖추어진 시스템도, 국민들의 윤리의식도, 국가 전체의 공통된 목표도 없는 듯합니다. 한마디로 비전이 없는 것이죠. 점차 고착화되는 계급과, 윤리의식의 부재에 의한 묻지마 범죄의 증가와, 뿔뿔이 흩어진 시민의식이 작금의 우리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해외 이민을 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합니다.

 

혁신이나 개조는 조직의 수장이 보여주는 신뢰와 모범적인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신뢰하지 않는 민정수석을 끝까지 지키려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하게 됩니다. 오늘은 모처럼 비도 내리고 오보청, 아니 기상청의 예보도 맞아 떨어진 날 이런 암울한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던 롯데그룹의 부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 또한 부패한 대한민국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어서 두서도 없이 적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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