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또래의 남자들 중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 탈 없이 제대로 성장한 걸 보면 아무튼 난 무엇엔가 단단히 빚을 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의 성교육이라는 게 또래 중 조숙한 아이가 들려주는 근거도 없는 허황한 이야기가 대분분이었지만 이따금 친구의 부모님이 안 계시는 틈을 노려 어둑하고 습습한 친구의 방에서 몰래 보았던 불법 비디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그 불법 비디오로부터 그 시절의 남자 아이들은 성교육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에는 그 누구도 성교육의 '성'자를 꺼내기 싫어했으니까.

 

요 근래에 들어 전에 비해 성범죄와 관련된 뉴스들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이 든다. P모 가수를 비롯하여 Y모 개그맨, L모 배우 등 연예인 관련 성범죄뿐만 아니라 K모 야구선수 및 지금은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는 S그룹의 회장에 이르기까지 그 직업군도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사드와 같은 다른 소식을 스크린 하기 위하여 이런 반갑지도 않은 소식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주로 남자가 되겠지만)의 성도덕이 땅에 떨어졌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는 그런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같은 남자로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절제력도 없는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대한민국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러워지기도 한다. 개 돼지와 다름없는, 오직 본능과 쾌락에만 의존하여 살고 있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을 내가 사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현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오직 돈과 권력을 최상의 도덕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현실에서 돈이나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이 무분별한 쾌락에 도취되는 것도 과히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오늘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기에 이 법이 썩어가는 우리 사회를 정화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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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9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9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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